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면 어떤 꿈을 꿀까?

사람들은 잠을 잘 때 종종 꿈을 꿉니다. 꿈에서는 비현실적인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일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보고, 듣고, 말하고, 경험하게 됩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각장애인은 어떤 꿈을 꿀까요?

우선 시각장애를 하나로 묶기보다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누고, 후천성 중에서도 성장기 전후로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기 이후에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으면 잃기 전까지의 시각적 경험이 존재합니다. 이는 꿈에서도 유지되는데, 충분한 시각 경험이 쌓여 있는 상태이므로 뇌가 그 기억을 바탕으로 꿈속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시력을 잃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꿈에서 시각적 요소는 점점 줄어듭니다. 이와 관련해 2014년 덴마크의 한 연구소에서 후천적 시각장애인 14명을 조사했는데, 실명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시각적 꿈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대략 5세에서 7세 사이가 핵심적인 경계로 보입니다. 이 시기 이후에 실명하면 어느 정도 시각적 꿈이 유지되나 그 이전에 실명했다면 시각적 꿈을 거의 경험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몇 살 이전에 실명하면 꿈에서 보는 경험이 거의 없어지고, 몇 살 이후에 실명하면 꿈에서 보는 경험이 어느 정도 남게 될까요?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대략 5세에서 7세 사이가 핵심적인 경계로 보입니다. 이 시기 이후에 실명하면 어느 정도 시각적 꿈이 유지되나 그 이전에 실명했다면 시각적 꿈을 거의 경험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은 어떨까요? 학계의 의견이 다소 나뉘는데, 1999년 초기 연구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이 없는 경우 꿈에서 시각 경험을 하지 않는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2003년 포르투갈의 한 연구팀이 선천성 시각장애인 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꿈속에서 시각적 장면을 경험하고, 심지어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낼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 실제 선천성 시각장애인이 그린 그림

2023년 분석에서도 선천성 시각장애인이 꿈에서 색깔과 같은 시각적 경험을 한다는 결과가 있는데, 그것이 실제 시각 경험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촉각·청각·언어로 배운 개념이 꿈속에서 시각처럼 표현된 것인지는 1인칭 경험이기 때문에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언제 시각을 잃었든 시각장애를 갖게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꿈을 잘 기억해 내지 못하고, 꿈속에서 시각적 경험을 하는 비율도 낮다는 겁니다. 대신 시각이 약해진 만큼 촉각이나 청각, 후각과 같은 다른 감각들이 꿈속에서 더 생생해지고, 악몽도 더 자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은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기록은 헬렌 켈러가 1927년에 남긴 글로 꿈에서의 상상력이 “감각이 부족한 이들에게 눈과 귀를 선물한다”고 썼습니다. 그러니까 시각과 청각의 기억이 없어도 나머지 감각들과 개념적 지식들을 바탕으로 정교한 이미지를 구성해 냈다는 겁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가능한 이유는 교차양상 가소성이라는 뇌의 능력 때문입니다. 여기서 양상은 시각, 청각처럼 감각의 종류를 말하고, 가소성은 뇌세포들의 연결이 점차 재구성되는 능력을 말합니다.

실제로 1996년 일본의 한 연구팀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읽는 동안 시각 피질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이는 눈을 통한 신호가 들어오지 않으면 뇌가 그 영역을 다른 감각 처리에 재활용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꿈꾸는 동안에는 이렇게 재조직된 뇌가 감각 장애가 있어도 자체적으로 그 감각에 해당하는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꿈은 단순히 본 것을 다시 틀어 보는 과정이 아니라 뇌가 가진 자원을 총동원하여 하나의 경험 세계를 스스로 구성하는 과정입니다. 어떤 감각이 부족하든 뇌가 나머지를 끌어모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즉, 뇌는 감각을 수신하기만 하는 장기가 아니라 그 자체로 세계를 재해석하는 능동적인 존재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미국 미시간대학교 의식과학센터 장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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