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터 용기 가운데에는 왜 칸막이가 있는 걸까?

사물궁이

4년 ago

흡연을 하기 위해서는 불이 필요하고, 이러한 불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도구로 라이터가 있습니다. 라이터는 오일라이터, 전기라이터, 가스라이터 등 종류가 다양한데, 일반적으로 가스라이터를 많이 사용합니다. 가스라이터를 살펴보면 납작한 플라스틱 용기로 되어 있고, 용기 위에는 발화장치가 부착되어있습니다.

발화장치는 점화 휠을 이용해 페로세륨(ferrocerium)이라는 금속 부싯돌을 긁는 방식과 버튼을 누르면 전기 분극이 나타나는 현상을 이용한 압전소자 방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용기 안에는 뷰테인 가스를 고압으로 압축해 액화(물질이 기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로 변하는 상태 변화)시킨 발화성 물질의 뷰테인(부탄)이 들어있습니다.

발화장치를 이용해 불씨를 일으킴과 동시에 용기 안에 들어있는 액체 뷰테인이 빨대를 통해 기화되어 노즐로 방출될 수 있게 해주는 버튼을 눌러주면 뷰테인이 기화(액체 상태의 물질이 기체 상태로 바뀌는 상태 변화)하면서 불씨와 만나 발화점 이상의 온도가 되어 연소해 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가스라이터가 불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봤을 때 용기 가운데에 칸막이가 있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무슨 목적으로 존재하는 걸까요? 밑넓이를 줄여서 액체 뷰테인의 수위를 높아지게 하여 빨대가 잘 잠기게 하기 위함일까요? 아니면 액체 뷰테인을 조금 넣기 위한 업체의 장삿속일까요?

결론을 말해보면 소비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보강재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이게 어떻게 보강해주고,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뷰테인의 끓는점은 섭씨 영하 0.5도 정도입니다. 따라서 상온에서는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데, 가스라이터의 뷰테인은 액체 상태로 존재합니다. 이는 기체 상태의 뷰테인을 고압으로 압축했기 때문입니다.

뷰테인의 증기압은 섭씨 20도에서 약 2.2기압이므로 용기 안에는 2.2기압 이상의 액체 뷰테인이 들어있습니다. 이처럼 내부 압력이 높은 액체 또는 기체를 보관하는 용기를 압력용기라고 하고, 우리 주변에서는 소화기나 음료수 캔, 스프레이 캔 등이 해당합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들 대부분이 원통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구조적으로 단면이 원 모양일 때 높은 압력을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인데, 이해를 돕기 위해 단면을 보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라이터 용기 내부는 외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압력이고, 외부는 내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입니다. 그러면 이들 사이에 있는 용기(고체)는 힘을 받게 되고, 용기에는 힘을 견디기 위해 저항하는 인장 또는 장력이 발생합니다.

만약 단면이 원형이었다면 곡률 덕분에 인장 응력 방향이 용기 표면에 수직인 외력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터 용기의 단면은 둥근 사각형이므로 편평한 영역에서는 인장 응력 방향이 외력과 수직이되어 외력에 취약해집니다. 그러니까 이 영역에서 용기가 팽창하면서 자칫 터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려면 라이터를 원통형으로 만들거나 용기를 두껍게 만들거나 내부에 구조물을 녹여 붙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원통형으로 만들거나 용기를 두껍게 만들면 휴대성이 떨어지므로 내부에 구조물을 넣은 것이고, 이때 위에는 액체 뷰테인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해서 살짝 공간을 남긴 것이 오해의 소지도 남긴 듯싶습니다.

실제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투명 용기(용기 재질 : ABS PC)가 원래 형상이고, 용기 내부의 압력을 7기압으로 했을 때 변형되는 정도를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형상마다 그래프의 최대·최소값이 다르므로 따로 보면 되고, 실제 라이터를 모델로 형상화한 용기 그림을 보겠습니다.

보강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보이시나요? 보강재가 없는 경우 내부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는데, 보강재가 있는 용기는 아주 살짝 부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