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균이 없는 대변으로 진행하면 괜찮겠으나 선별 작업을 거친다고 해도 병원균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절대 따라 하지 말 것을 경고합니다.
우리 몸은 생명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숫자가 무려 60조 개라고 하는데, 우리 몸에 붙어서 사는 세균은 100조 개 이상이라고 합니다. 몸에 세균이 많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피부에 사는 세균이나 장내 세균 등은 병원균을 막아주는 등 이로운 역할을 하므로 오히려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 공생하는 세균들은 언제부터 우리 몸에 자리를 잡았을까요?
출산 전 태아는 무균 상태입니다.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지나는 통로인 산도(産道)를 지나면서 산모의 몸에 있는 세균들과 접촉하는, 소위 ‘세균 샤워’를 받아야 유익균이 태아의 몸에 자리 잡는데, 산도를 지나지 않으면 유익균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출산 방식을 따르면 문제 될 것이 없으나 다양한 이유로 산모의 복부와 자궁을 절개해 태아를 출산하는 방식을 따르곤 합니다. 제왕절개로 알려진 이 수술을 산모 10명 중 3~4명은 받는다고 하니 많은 아기가 유익균을 얻지 못한 채 태어납니다.
이렇게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들과 비슷한 미생물 군집을 갖추려면 1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면역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들을 관찰합니다. 관찰 결과 생각보다 많은 동물이 새끼를 낳은 뒤 자신의 대변을 새끼에게 먹인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 모습을 본 과학자들은 태아에게 필요한 것이 장내 유익균이고, 산모의 대변에는 장내 세균이 포함됐을 테니 새끼에게 산모의 대변을 먹이면 태아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증명을 위해 다양한 포유류를 통해 어미의 대변을 새끼에게 먹여봤고, 실제 여러 방면으로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얻습니다. 더 나아가서 인간에게도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를 핀란드의 헬싱키 대학교(University of Helsinki) 연구팀이 2020년 10월 국제학술지 셀(Cell)지에 게재했습니다.
실험을 살펴보면 출산 예정일을 3주 정도 앞둔 임산부 17명의 대변을 미리 받아 놓습니다. 그리고 병원균은 없고, 유익균만 존재하는 산모 7명의 대변을 선별하고, 그 산모에게 태어난 아기들에게 모유에 대변을 희석한 것을 먹입니다.
그리고 제왕절개로 태어났지만 산모의 대변을 먹인 아기들과 제왕절개(18명) 또는 자연분만(29명)으로 태어난 대변을 먹이지 않은 아기들의 경과를 각각 비교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제왕절개로 태어났지만 산모의 대변을 먹인 아기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3주 이내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의 장내 미생물 군집과 비슷해졌고, 산모의 대변을 먹이지 않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와 비교했을 때도 병원성 세균이 유의미하게 훨씬 적었다고 합니다.
또한, 부작용에 대비해 산모의 대변을 먹인 후 3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는데,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직은 연구 중인 내용이라서 아기에게 산모의 대변을 얼마나 먹이는 것이 좋을지 적정량을 알아내고 있습니다. 산모의 대변을 먹인 아기와 위약을 먹인 아기 그룹으로 나누어서 수년간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니 가정에서 따라 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원고 투고 : 과학커뮤니케이터 엑소(이선호)님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