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Ant-Man)을 알고 있으신가요?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로 특수 슈트를 입으면 몸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만화 속 캐릭터입니다.
개미처럼 조그마해졌다가 공룡처럼 커지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한데, 이 앤트맨은 실사화 영화로도 나왔기에 작아졌을 때와 커졌을 때의 움직임 표현을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움직임을 살펴보면 거인이 된 앤트맨은 커지기 전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느려 보입니다. 옛날 영화나 만화에서는 이런 디테일을 살리지 않았으나 현대 영화나 만화 속 대부분이 거인의 움직임을 느리게 묘사합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정말 거인이 되면 느리게 움직일까요?
근대 과학의 창시자라고도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가 이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새로운 두 과학(Two New Sciences, 1638)’이라는 책에서 스케일링(Scaling) 또는 제곱-세제곱 법칙(Square-cube law)으로 제시했습니다.
법칙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육면체를 예시로 들어서 길이가 2배 길어진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표면적은 4배로 커지고, 부피는 8배로 커지는데, 이게 법칙의 핵심 내용입니다.
이때 물체의 밀도(=질량/부피)가 같다고 하면 부피가 늘어났을 때 질량도 부피가 늘어난 만큼 늘어나야 합니다. 이 내용을 키 178cm에 몸무게가 91kg인 앤트맨에 적용해보겠습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키가 10배 커졌다고 해보면 제곱-세제곱 법칙에 따라서 무게는 1,000배가 늘어나 91톤이 됩니다.
이때 하중을 지지하는 다리 입장에서 따져보면 상체의 무게가 1,000배나 늘어났는데, 다리의 단면적은 100배밖에 늘어나지 않은 겁니다. 이는 91kg의 앤트맨이 819kg의 추를 들고 서 있어서 다리가 910kg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상황과 같습니다.
당연히 불가능한 일로 사람의 신체가 가질 수 있는 키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 몸과 같은 신체 비율을 가진 거인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영장류 화석 중에 3m가 넘는 화석이 없다는 것이 방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다고 가정해보고, 주제의 의문을 해결해보겠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은 197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맥네일 알렉산더(R. McNeil Alexander)의 논문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는 지구에서 거인처럼 거대했던 동물 중의 하나인 공룡의 걸음 속도를 계산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가 공룡의 걸음 속도를 구하는 방식을 보고, 거인에 대입해서 걸음 속도를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는 동물들의 걸음 속도나 보폭 길이, 몸 크기 등의 변수로부터 모든 동물에게 적용 가능한, 즉, 상사성(similarity, 기원이 다른 종에게서 발견되는 유사점)을 만족하는 공학적 관계식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식을 알아내면 공룡의 정보를 대입해 공룡의 걸음 속도도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프루드 수(Froude number, Fr)라는 무차원 수(dimensionless number)에 주목했는데, 프루드 수는 위(u^2/gl)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무차원 수 : 몇 개의 차원을 가진 수 또는 차원이 없는 수를 조합해서 얻는, 전체적으로 무차원이 되는 수 – 두산백과)
중력 대비 관성의 크기를 뜻하고, 이를 동물의 걸음에 적용하면 위와 같이 구할 수 있음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어떤 두 동물이 같은 프루드 수일 때 상대 보폭(relative stride length(λ/h)), 그러니까 다리 길이(h)에 대한 보폭(λ)이 유사할 것으로 보았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람이나 코끼리, 타조 등의 걸음 정보로 그래프를 그려봅니다.
그래프는 위와 같고, 이를 통해 보폭과 다리 길이를 안다면 그 동물의 걸음 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관계식을 구해냅니다. 그리고 그는 영국 런던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부터 공룡 8마리에 대한 뼈 화석과 발자국 화석 등의 정보를 얻었고, 이를 토대로 공룡의 걸음 속도를 계산해봤습니다.
그 결과가 위의 표로 공룡의 걸음 속도는 인간이 걷거나 달리는 속도와 비슷했습니다. 거인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물리적 관점에서 걸음은 골반을 축으로 다리를 회전시켜야 하고, 둔근이나 종아리 근육 등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이때 근력은 근육의 단면적에 비례하는데, 제곱-세제곱 법칙에 따라서 몸집이 커지면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다리 무게에 비해 근력은 길이의 제곱밖에 증가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다리를 회전시키기 어렵고, 무거워진 몸집 때문에 걸을 때 다리에 가해지는 하중이 커짐에 따라 자세의 안정성 및 다리의 지탱 능력에도 문제가 생겨 천천히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 움직이는 거리는 달라졌으므로 거인이 아닌 사람이 보기에는 느려 보이는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 @두유카페라떼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