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한국문화재재단, 조선왕릉문화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제작한 영상임을 알립니다.
무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아마 잔디가 입혀진 모습이 떠오를 겁니다. 그런데 왜 무덤에 잔디를 입혀놨을까요? 잔디는 볏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중 밭을 조성할 수 있는 종을 통틀어 말합니다. 보통은 공원이나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데, 이런 잔디를 무덤에 입힌 이유는 잔디의 장점 때문입니다.
잔디는 척박한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관리하기도 쉽습니다. 그리고 잔디끼리 자라면서 연결되어 방수 효과를 발휘해 무덤의 침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장점들 때문에 무덤에 잔디를 입혀놓은 겁니다.
그런데 조선왕릉 중 동구릉(東九陵)에 있는 건원릉(健元陵)은 잔디가 아니라 억새로 되어 있습니다. 건원릉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무덤인데, 잔디가 아니라 억새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서 전설 또는 야사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붕어(崩御, 임금이 세상을 떠나는 것.)하기 전에 고향인 함흥 땅에 묻어 달라는 유교(遺敎, 국왕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태종 이방원은 개국시조인 부왕을 가까이해야만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 도성 근처에 건원릉을 조성했고, 부왕의 유교를 받들고자 함흥의 흙과 억새를 사용해 능을 조성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로는 함흥에 건원릉을 조성하면 제사 때마다 임금이 이동하는 것이 곤란해 도성 근처에 조성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후왕들은 선왕의 능을 자주 참배해서 효(孝)의 실천을 다 하고자 했기에 도성과 가깝게 위치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건원릉에는 잔디 대신 함흥의 억새를 입혔다고 하고, 억새의 벌초는 매년 한식날 궁능유적본부에서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능 주변을 둘러보면 혼유석, 장명등과 같은 석조물과 석마, 석양, 석호를 형상화한 석물, 문석인과 무석인을 형상화한 석인 등이 보일 텐데, 모두 능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시대에 따라 다양한 특색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서 서오릉(西五陵)의 경릉(敬陵)은 추존왕 덕종의 무덤인데, 조선왕릉 중 병풍석과 난간석, 무석인 등이 없는 왕릉으로 매우 간소하게 조성됐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세조가 집권할 때 왕세자였던 덕종은 어린 나이에 병을 앓다가 승하(昇遐, 임금이나 존귀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다.)했습니다. 이후 예종 다음에 성종이 즉위하면서 세자로 승하한 덕종을 왕으로 추존(追尊,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이에게 왕의 칭호를 올리는 것.)했습니다.
그래서 덕종의 아내였던 한씨(韓氏)가 소혜왕후(昭惠王后)로 책봉됐고, 이례적으로 인수대비(昭惠王后)에까지 책봉됐는데, 한씨가 승하해 왕비릉을 구성하게 됐을 때 죽었을 때의 덕종과의 신분 차이로 인해 능의 조성 여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두 개의 능을 멀리서 살펴보면 왼쪽 언덕에는 소혜왕후의 능이 있고, 오른쪽 언덕에는 덕종의 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왕릉이 왼쪽, 왕비릉은 오른쪽에 있는 것이 상례임에도 죽었을 때의 신분차이 때문에 달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로는 평소 세조의 간소화된 장례 정책인 박장주의(薄葬主義)에 따라 대군묘 제도 형식으로 장례를 치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처럼 조선왕릉은 입지, 석조물과 석물·석인의 배치, 공간의 구성, 능의 형태 등 능에 따라 다양한 특징을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시 시대정신과 통치방식, 문화의식, 예술관 등의 다양한 정보와 정치사가 담겨져 있고, 무엇보다 완벽하게 보존된 유적지이기에 훌륭한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왕릉을 완성하기까지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하고, 이때 동원되는 인원은 6천 명에서 많게는 1만 5천 명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능에 무슨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조선왕릉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제2회 조선왕릉문화제가 10월 9일부터 11월 7일까지 서울, 경기 지역 및 온라인에서 진행 예정입니다. 문화재청에서는 조선왕릉의 뛰어난 가치를 알리고, 전통 문화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살펴보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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