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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녹음은 정말 재판에 아무 영향을 줄 수 없을까?

녹음의 목적은 다양합니다. 여러 목적 중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 법률상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녹음하면 법적인 효력이 없어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는 잘 알려진 내용이라서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녹음 파일 안에 명백한 증거가 있을 때도 정말 재판에 아무 영향을 줄 수 없을까요? 판사에게 어떻게든 진실을 들려주면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먼저 녹음이 어느 상황에 합법이고, 불법인지를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합법적인 상황은 본인이 대화에 참여했을 때가 있고,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녹음되는 전원에게 동의를 구했을 때가 있습니다.

여기까지 불법 녹음이 무엇인지 이해했을 텐데, 진실을 듣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모르게 녹음하는 방법이 효율적이기에 불법으로 녹음하는 상황이 꽤 많이 발생하고, 주제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불법 녹음 파일이 재판에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는 재판인 형사소송과 개인과 개인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재판인 민사소송을 나누어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형사소송부터 알아보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에서는 위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범죄자를 잡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해도 이를 위해 수사의 증거를 협박·고문 등 불법적으로 수집하게 된다면 국가권력의 남용과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기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개념에서 조문으로 구체화해 놓은 겁니다.

즉, 불법 녹음 파일에 범죄 사실에 대한 자백이 담겨 있다고 해도 재판에 증거로 제출할 수 없고, 증거를 살펴보기 전에 증거능력 유무를 따지는 절차가 있어서 녹음 파일의 존재를 알아도 판사는 들어볼 수조차 없습니다.

그렇다면 재판소에서 검사 또는 방청객이 절차를 무시하고 녹음 파일을 강제로 재생해 판사에게 들려주면 어떨까요? 일단 검사가 그런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고, 방청객의 경우 즉시 제지당해 쫓겨날 겁니다.

이는 재판소가 아니라 사적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어떻게든 판사에게 불법 녹음 파일을 들려줬다고 해도 판사는 법정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출된 증거만을 두고 죄를 판단해서 판결문을 적어야 하므로 아무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참고로 불법 녹음과 관련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외에도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에서는 어떨까요? 민사소송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분쟁이 재판의 대상이므로 형사소송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 국가권력의 남용과 인권침해의 여지가 적습니다.

또한, 민사소송법에서는 판사가 자신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증거의 취사선택을 자유롭게 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유심증주의’가 대원칙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이를 근거로 위법하게 수집된 불법 녹음도 증거로 제출됐을 때 근거로 하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판사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 판례를 살펴봤을 때 민사소송에서 불법 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즉, 형사소송에서는 불법 녹음이 아무 의미가 없지만, 민사소송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불법 녹음은 어떠한 상황인지를 떠나서 법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이에 대한 처벌은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규정되어 있어서 유죄로 인정되면 아무리 가벼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됩니다.

그렇기에 민사소송에서 이기고자 불법 녹음 파일을 제출하는 행위는 생각을 잘 해봐야 하는데, 민사소송에서 이겨서 금전적으로 이득을 볼 수는 있어도 형사소송을 통해 교도소에 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불법 녹음을 하다가 들켜서 재판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위험성도 확실히 인지하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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