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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현장에서 범인이 닦은 혈흔을 어떻게 찾는 걸까?

* 기존에 다루지 않은 과학 주제들로 사물궁이 도서 3~4권이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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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범죄자가 범행을 벌인 뒤에 수사 혼선 및 증거인멸을 목적으로 현장을 깨끗이 청소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이후 경찰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범행 현장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찾은 뒤 어떤 액체를 뿌려 혈흔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핏자국이 묻은 곳이 푸른색으로 빛나고, 경찰은 이를 통해 해당 장소에서 범행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핏자국이 묻은 곳에 무엇을 뿌렸길래 푸른색으로 빛나는 걸까요? 단순히 극적(劇的) 효과일 뿐일까요?

먼저 이 액체는 화학 물질인 루미놀(luminol)을 염기성 용액에 녹인 뒤 과산화수소 같은 산화제에 넣어 제조한 루미놀 시약입니다. 실제 루미놀 시약 용액이 혈흔과 만나면 혈액의 농도에 따라 몇 초에서 몇 분 동안 밝은 파란빛을 냅니다. 즉, 극적 허용이 아니라 고증된 장면입니다.

루미놀은 2개의 육각형 고리에 3개의 질소 원자, 2개의 산소 원자로 구성된 분자 구조를 가진 화합물입니다. 이를 염기성 용액에 녹이면 질소(N) 옆에 결합하고 있던 수소(H)가 분리되는데, 여기에 과산화수소를 넣으면 산소(O)가 결합하고, 질소가 분리되면서 에너지가 높은 불안정한 상태인 들뜬 상태(excited state)가 됩니다.

이때의 화합물은 에너지를 방출하고 다시 에너지가 낮은 안정한 상태로 변하는데, 이 상태를 바닥 상태(ground state)라고 합니다.

바닥 상태 때 루미놀 용액에서 방출하는 에너지에 해당하는 것이 밝은 파란빛이고, 루미놀이 화학 반응에 의해 파랗게 발광하는 현상을 루미놀 반응 또는 형광 반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염기성 용액과 과산화수소만으로 발생하는 루미놀 반응은 화학 반응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파란빛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파란빛을 잘 보이게 하려면 철이나 구리가 포함된 화합물을 넣어주어 화학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해주어야 하는데, 화학 반응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촉매로 작용합니다. 참고로 촉매(catalyst)는 자신은 소모되거나 변하지 않으면서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물질입니다.

이와 관련해 혈액 속의 적혈구 한 개에는 붉은색을 띠는 단백질인 헤모글로빈(hemoglobin)이 약 2억 8천만 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헤모글로빈은 붉은 색소인 헴(heme) 4개와 글로빈 단백질 4개가 결합한 구조이고, 헴에는 철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것이 루미놀 반응의 촉매로 작용해주어서 혈흔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또한, 범인이 범행 현장을 아무리 깨끗이 닦는다고 해도 루미놀 반응이 아예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blood plasma)을 이루는 혈장 단백질은 점성이 매우 높아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고. 루미놀 시약의 반응은 민감도가 매우 높아서 혈액을 2만 배 이상 묽게 희석해도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루미놀 반응으로 검출된 혈흔은 범행 현장에서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DNA 분석을 통해 범인의 주요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범행 당시의 상황(범행 도구, 범인의 움직임·행동)도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도서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과학 이야기 4>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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