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맥주를 즐겨 마십니다. 맥주는 캔, 유리, 페트 등 다양한 용기에 담겨 판매되는데, 호프집 등에 가면 생맥주의 형태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맥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접하는 맥주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생맥주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생맥주와 캔맥주는 뭐가 다른 걸까요?
맥주를 만들기 위한 주요 원료에는 맥아와 물, 효모, 홉이 있습니다. 보리에 물을 주어 싹을 틔운 것을 맥아라고 하는데, 이 맥아를 적절한 입자 크기로 분쇄해준 뒤 따뜻한 물과 혼합해주면 죽처럼 되면서 발효성 당분이 생깁니다.
이후 맥아즙만 따로 모아준 뒤 끓이면서 홉을 첨가해주면 맥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더해지며 보존성이 좋아집니다.
홉(hop)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덩굴식물의 하나입니다. 독일어로는 Hopfen(홉펜)이라고 하고, 여기서 유래한 용어가 호프집입니다. 독일어로 호프(Hof)집은 안마당이 있는 저택을 의미해 우리가 아는 호프집과는 의미가 조금 다르나 사람들이 모여서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하는 장소라는 뜻에서 호프집이라고 합니다.
각설하고, 홉을 첨가해 끓인 맥아즙에서 맥아즙만 걸러준 뒤 효모의 발효 온도까지 냉각해줍니다. 이때 온도에 따라 람빅, 에일, 라거 등의 맥주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준비됐으면 효모를 넣어줍니다.
효모는 발효성 당분을 섭취하면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미숙성 맥주라고 하고, 영비어(Young beer) 또는 그린 비어(Green beer)라고도 합니다.
이후 미숙성 맥주는 본연의 향과 맛을 위해 1~2주 가량 숙성 기간을 거치는데, 이 기간 동안 효모 및 각종 부유물과 찌꺼기가 분리되고 탄산가스는 포화되어 맥주 고유의 청량감이 생깁니다.
여기까지 해주면 맥주가 얼추 완성된 것이고, 제품화 이전에 임무를 마친 효모와 기타 미생물 등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전통적으로는 저온살균공법이라고 60~70℃가량에 1분가량 살균하는 방법을 따랐고, 생맥주는 별도로 비열처리 하여 주입했으나 최근에는 필터를 이용한 멸균여과공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모두 거친 맥주는 제품화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병맥주와 캔맥주, 그리고 생맥주가 만들어지는데, 즉, 생맥주나 캔맥주는 포장만 다를 뿐 같은 제품입니다.
그러면 왜 맛이 다른 걸까요? 여기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냉장 온도와 보관 상태 등 맥주의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건이 비슷할 경우 마시는 용기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캔맥주는 따서 바로 마시는 경우가 많고, 병맥주는 컵에 따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입술에서 느껴지는 잔의 감촉 차이와 입속으로 들어오는 맥주의 양에 따라 맛을 달리 느끼게 됩니다.
특히 잔에 따라 마실 때 종이컵을 이용하는 경우 내부의 거친 표면 질감으로 인해 거품이 많이 발생하고 온도도 유지하기 어려워서 맛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또 맥주의 보관 및 주출 방식의 차이도 있습니다. 생맥주는 공기 중의 산소와 햇빛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생맥주 통인 케그(keg)에 있고, 이 안에서 신선한 맥주를 탄산가스로 밀어 올려서 차가운 냉각기 내부를 순환하며 적정온도로 냉장한 후 코크주라고 불리는 생맥주 주출기로 따르는 방식을 거칩니다.
보관부터 주출까지 산소와 햇빛으로부터 맥주가 노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탄산가스로 맥주를 밀어 올린 뒤 적정 온도로 주출하므로 맥주 특유의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겁니다.
더군다나 생맥주는 동압력으로 밀어주는 장치가 있어서 탄산의 증발을 최소화할 수 있고, 그 위로 크림 거품을 얹어주므로 탄산의 증발도 막을 수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캔맥주나 병맥주는 개봉하는 순간 탄산이 지속해서 빠져나오므로 이에 따른 맛 차이도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맥주의 온도도 중요합니다. 보통 맥주의 온도가 2℃ 이하일 경우 향취와 거품이 약해집니다. 6℃ 이상이 되면 상쾌한 맛이 없어져서 음용감이 떨어지고, 입자가 큰 거품이 발생합니다. 생맥주는 적정 온도로 주출되므로 위와 같은 문제를 겪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봤다면 맥주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건조가 잘 된 깨끗한 잔에 맥주 온도는 4℃ 정도를 유지해주고, 맥주와 거품은 7:3 정도로 형성하여 덮개를 만들어 탄산의 증발을 최소화해준 뒤 탄산이 직접적으로 목 넘김에 작용하기보다는 크림 거품과 함께 마셔주면 부드럽게 넘길 수 있습니다.
추가로 이렇게 다 마시고 잔을 보면 거품 띠가 형성됐을 텐데, 업계에서는 엔젤 링이라고 표현하나 레이싱이 옳은 표현입니다.
맥주잔에 기름이나 세제 등이 묻어 있으면 표면장력으로 거품의 자국이 흘러내리거나 선명하게 생기지 않으므로 이 거품 띠를 보며 잔의 청결도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카스 브랜드 매니저 출신의 박성진 키노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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