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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이 희끗희끗하게 변한 초콜릿을 먹어도 될까?

초콜릿을 먹다 보면 아주 가끔 표면에 하얀 반점이나 점 같은 것들이 희끗희끗하게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먹으면 잘못될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드는데, 항의가 자주 오는 내용이라서 제조업체에서는 제품 포장지 겉면에 관련한 안내 문구를 적어 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현상은 어떤 원리로 발생하는 걸까요?

이 현상은 블룸(bloom) 현상이라고 합니다. ‘꽃을 피우다’ 등의 뜻을 지닌 영어 단어로 초콜릿의 하얀 반점이 꽃이 핀 모습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먼저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 중 마지막 작업인 ‘템퍼링(Tempering)’ 과정에 관해 알면 좋을 것 같습니다.

템퍼링 과정은 각기 다른 성질의 지방으로 매우 불안정하게 구성된 코코아버터의 결정 구조 상태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작업입니다. 코코아버터의 지방은 온도에 따라 다른 형태로 결정화될 수 있는데, 가장 안정적인 형태는 Form V(β 2)입니다.

해당 결정체만 남기는 방법을 알아보면 먼저 40~45℃ 정도로 가열해서 모든 지방 결정을 녹여 줍니다. 이후 충분히 식혀주면 여러 형태의 지방 결정이 만들어지고, 27~28℃로 유지해주면 Form IV(β’ 1)와 Form V(β 2) 결정만 남습니다.

그리고 온도를 31~33℃까지 천천히 높여주면 안정적인 Form V(β 2) 결정만 남으면서 초콜릿 전체에 균일하게 배치되고, 굳히면 초콜릿이 완성되어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초콜릿 표면에 균일한 광택이 생기고, 단단해지며, 손에 잘 묻지 않고, 먹었을 때 입에서 잘 녹는 등의 이점이 생깁니다.

그런데 초콜릿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합니다. 초콜릿 일부가 녹았다가 다시 굳으면 초콜릿의 지방 성분이 분리되면서 불안정한 다른 결정 형태(*Form I~IV)로 재결정화될 수 있고, 표면이 희끗희끗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를 팻 블룸(Fat bloom)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상태로 변한 초콜릿은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나 보기에 안 좋고, 질감과 입에 넣었을 때 녹는 속도가 달라져서 맛을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초콜릿은 장기간 보관하다 보면 Form V(β 2) 결정이 더욱 안정적인 형태인 Form VI(β 1) 결정으로 천천히 변합니다. 그러면 녹는점이 높아져서 입 안에서 녹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딱딱해지므로 이때도 맛을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초콜릿을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보관하면 수분에 의해 표면의 설탕이 녹았다가 다시 굳으면서 하얗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슈가 블룸(Sugar bloom) 현상이라고 하고, 먹어도 문제는 없으나 초콜릿은 너무 건조하지도 습하지도 않은 선선한 장소에 보관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참고로 초콜릿의 표면이 희끗희끗한 것이 블룸 현상 때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과자에 초콜릿을 묻혀 파는 제품은 과자가 초콜릿의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설탕이 용해된 수분이 감소하고, 설탕이 과포화 상태가 되면서 결정을 이루어 초콜릿 표면이 하얗게 보일 수 있습니다.

끝으로 초콜릿과 관련한 이슈 중에 벌레가 나왔다는 소식도 자주 볼 수 있는데, 해당 벌레의 정체는 쌀벌레라고도 많이 알려진 화랑곡나방의 유충입니다.

해당 벌레는 매우 예리한 이빨과 강한 턱을 가지고 있어서 포장지를 뚫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의 식품회사가 겪는 고충이라서 초콜릿뿐만 아니라 여러 식품에서도 발견되곤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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