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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하는 생명체가 있을까? – 홍해파리편

지난 시간에 영생(永生)과 관련한 생명체 중 바닷가재에 관해서 알아봤는데,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영생하는 생명체에 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홍해파리(학명: Turritopsis nutricula)로 작은보호탑해파리 또는 베니크라제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생명체입니다(이하 ‘홍해파리’).

해파리는 종 또는 우산 모양으로 생긴 갓과 그 아래로 여러 개의 촉수를 가진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홍해파리도 마찬가지인데, 갓의 높이와 지름이 1cm도 안 될 정도로 매우 조그마합니다.

홍해파리는 일반적인 해파리에게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생활사를 보입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영생이 가능한 생활사를 보이는 것으로 먼저 일반적인 해파리의 발생 과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해파리는 자웅이체(雌雄異體)로 암수가 나누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번식을 하려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수정한 뒤에는 이동성을 가진 플라눌라(Planula)라는 유생(어린 애벌레)으로 떠돌아다니다가 단단한 수중 구조물에 부착합니다.

플라눌라가 부착해서 변태를 시작하는 때를 폴립(polyp) 상태라고 합니다. 폴립의 단계에서는 촉수를 이용해 동물성 플랑크톤 등을 먹으면서 성장합니다. 폴립은 점차 위·아래로 층을 쌓듯이 높아지는 형태로 변합니다.

이를 스트로빌라(Strobila) 상태라고 하고, 시간이 더 지나면 스트로빌라에서 층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면서 여러 마리의 새끼 해파리가 탄생합니다. 새끼 해파리를 에피라(Ephyra)라고 하는데, 하나의 폴립에서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에피라가 탄생합니다.

그리고 에피라가 변태 과정을 거치면서 성체 해파리로 성장하는 게 일반적인 해파리의 발생 과정입니다. 참고로 성체 해파리는 메두사(Medusa)라고 합니다.

근데 홍해파리는 조금 다릅니다. 상처를 받거나 생존 환경이 척박해지면 갓을 뒤집어서 촉수와 바깥쪽 세포들을 몸 안으로 흡수합니다. 이를 통해 세포 덩어리를 만들고, 수중 구조물에 붙어서 폴립 상태로 변합니다. 그리고 생존 환경이 개선되면 다시 성체 해파리가 됩니다(전환분화).

그러니까 무협지에서 보던 반로환동(노인이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통해 영생의 삶을 누릴 수 있는데, 전환분화하는 생명체는 홍해파리가 유일하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메커니즘을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홍해파리가 영생불사(永生不死)의 삶을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도 실험하던 중에 깜빡하고 홍해파리를 수조에 장시간 방치해두어서 우연히 척박한 환경을 조성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수조를 확인했을 때 새끼 해파리를 확인하면서입니다.

그리고 지속해서 관찰하여 영생불사의 삶을 누리는 특이한 생활사를 관찰했고, 당시 전 세계 학계에서 논쟁이 있었습니다. 처음 이 해파리를 연구하던 피라이노(Piraino) 교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근원세포인 줄기세포가 작용하는 원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역분화 원리가 적용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고 합니다.

실제 그 비밀을 밝힐 수 있다면 인간도 영생불사의 삶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생불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류의 생명 연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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