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고래 똥은 왜 비싸고,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는 없을까?

* 이 콘텐츠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뉴스 기사를 통해 향유고래 똥에 관한 내용을 접한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보통 바닷가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된 향유고래 똥의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며 바다의 로또라고 하는 내용이 주기적으로 보도됩니다.

사실 그건 똥이 아닙니다. 향유고래의 장 속에서 생성된 물질로 ‘용연향(Ambergris)’이라고 하는데, 항문을 통해 배출되어서 똥으로 잘못 여겨지는 것이고, 드물게 위나 장에서 역류하여 토사물로 나오기도 합니다.

용연향은 고급 향수의 향료나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늦춰 향의 지속력을 높여주는 고정제의 재료로 쓰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향유고래의 머리 부분에 존재하는 기름(Spermaceti)은 품질이 매우 좋아서 18~19세기 때만 해도 이들을 얻기 위한 대량 포획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번식 속도도 느린 종이라서 멸종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대부분 국가에서 상업 목적의 포획이 금지된 상태이고, 용연향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매우 귀한 재료가 됐습니다.

이런 용연향과 관련해 여러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고래 중에 향유고래만 용연향을 만들어내는 걸까요? 그리고 인공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걸까요?

먼저 향유고래의 장 속에서 용연향이 만들어지는 원리부터 알아보면 먹이에 그 비법이 있습니다. 향유고래는 커다란 오징어나 갑오징어와 같은 대형 두족류를 자주 먹는데, 이들을 삼키는 과정에서 오징어의 입이나 갑오징어의 뼈 등 단단한 부위는 소화가 잘되지 않습니다.

소화가 되지 않은 것들은 잔해물로 남아서 장 속에 쌓이게 됩니다. 그러면 지방질 물질이 장을 보호하기 위해 잔해물들을 감싸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덩어리의 형태가 됩니다. 이게 바로 용연향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고래들도 대형 두족류를 먹으면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답변해 보면 향유고래가 다른 고래류에 비해 지방질 물질 분비에 대한 유전자가 더욱 발현됐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용연향은 향유고래의 몸 밖으로 배출된 뒤 그 상태로 바다 위를 수년간 떠다니며 태양광이나 염분, 미생물 등의 작용으로 산화되며 숙성됩니다.

그리고 이걸 사람이 우연히 발견하는 건데, 자연에서 수거한 용연향은 바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수개월에서 수년간 건조·숙성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해조류나 배설물 같은 역한 냄새가 점차 사라지면서 용연향 특유의 향이 진해집니다.

이후 용연향을 잘게 부순 뒤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에탄올에 우려내듯이 담가주면 용연향의 주 성분인 앰브레인(Ambrein)과 앰브레인이 산화·변형된 앰브록사이드(Ambroxide), 앰브리놀(Ambrinol) 같은 향기를 내는 물질이 에탄올에 녹아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여과 및 숙성 과정을 통해 향수에 사용할 수 있는 고정제 형태로 정제되는데, 구하는 것만큼이나 정제까지의 과정에 시간과 정성도 많이 들어가므로 귀한 향료로 취급받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귀한 용연향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요? 용연향의 주요 성분에 앰브레인과 에피코프로스탄올, 코프로스테롤 등이 있습니다. 향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피코프로스탄올과 코프로스테롤을 정제해 제거한 뒤 앰브레인을 남겨야 하는데, 이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면 될 겁니다.

그런데 앰브레인은 복잡한 구조를 가져서 전통적인 유기합성으로는 낮은 수율과 긴 공정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조작된 미생물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 유전자 조작 미생물은 공통적으로 스쿠알렌(Squalene)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점을 활용해 설탕(Glucose)으로부터 스쿠알렌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추가적인 효소 반응을 거치면 앰브레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은 용연향과 거의 비슷한 향을 낸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식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클라리 세이지(세이지의 한 종류인 식물)에서 추출한 스클라레올(Sclareol)을 촉매와 함께 반응시켜 산화·환원시킨 후 아주 작은 구멍이 규칙적으로 뚫려 있는 돌인 제올라이트(Zeolite)를 촉매로 사용해서 고리화 반응을 시키면 앰브레인 유도체인 앰브록사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현대의 생물화학공학을 이용하면 향유고래의 용연향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고, 이와 비슷하게 박테리아를 이용해 원하는 물질을 얻어내는 기반의 제품이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슐린이 있는데, 과거에는 소나 돼지의 췌장에서 추출해서 사용했으나 지금은 유전자를 삽입한 대장균을 활용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물화학공학은 자연계에서만 얻을 수 있던 고귀한 자원을 미생물로부터 얻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고, 생태계 보호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매우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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