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은 선과 악 중 어디에 가까울까?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논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이 논쟁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교육, 법, 윤리, 사회 시스템 등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인간의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을 모두 접하게 됩니다. 이 양면성에 대해 성선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인간은 본래 선하지만 환경이나 사회가 타락시킨 것으로 생각하고, 성악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숨겨놓은 본성이 드러난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선과 악의 기준은 인간만의 기준이므로 명확하지 않으나 본디 도덕성은 우리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나 영화처럼 허구이든 언론과 역사에 등장하는 실제이든 사람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이야기는 권선징악입니다. 착한 자들이 상을 받기를 바라는 반면 나쁜 자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진심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봤을 때 명확한 기준이 없어도 선과 악의 경계를 구분하려는 경향은 있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인간의 본성은 선과 악 중 어디에 가까울까요? 해당 궁금증을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폴 블룸(Paul Bloom)의 저서 『선악의 기원(Just Babies: The Origins of Good and Evil)』에 소개된 실험과 연구 결과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폴 블룸 교수는 아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인간이 가진 선한 도덕성의 기원이 선천적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사회화를 거치지 않은 초기 인간인 아기의 행동을 관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아기들이 착한 행동과 나쁜 행동을 구별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은데, 관련해서 인형극 실험이 있습니다. 남을 도와주거나 방해하는 행동을 하는 인형의 모습을 보여주고, 어떤 행동을 한 인형을 아기들이 선호하는지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아기가 착한 행동을 한 인형을 더 좋아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기들은 단순히 착한 행동만을 구별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자기 주변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 달래주는 행동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발적으로 남을 도와주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습니다.

여기까지 아기들이 착한 행동과 나쁜 행동을 구별할 수 있고, 연민과 공감 능력을 일부 타고난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이러한 아기의 행동들을 보면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도덕성은 단지 착한 행동이나 연민, 공감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선과 악을 판단할 때는 누가 남에게 피해를 주었는지, 혹은 자원을 얼마나 공정하게 나누었는지 등 다양한 요소들도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부자를 악으로 여기는 게 자원을 공정하게 나누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하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데, 실제 아이가 직접 자원을 나누는 상황에 놓였을 때 얼마나 공정하게 행동하는지 살펴보면 인간 본성의 또 다른 측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관련해서 인형극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생후 10개월과 생후 16개월 아기들에게 사자와 곰이 당나귀와 젖소에게 원반을 나눠주는 인형극을 보여줬는데, 사자는 당나귀와 젖소에게 원반을 하나씩, 곰은 한 동물에게만 나눠주었습니다.

이후 어떤 동물이 착한지 물었을 때 생후 10개월 아기는 무작위로 선택한 반면 16개월 아기는 공정하게 나누어준 쪽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실험에서는 생후 15개월 아기에게 공정하지 않은 자원 분배 상황을 보여줬더니 그 상황에 놀라 오래 바라보는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에서도 공정하게 나누려는 경향인 평등 편향이 강력하게 관찰됐는데, 이를 통해 아기들은 평등을 매우 중시하는 본성을 지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나이가 많은 3세나 6~8세 아이들에게 자원을 나눠주도록 했을 때도 평등 편향이 관찰됐으며,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 뚜렷하게 관찰됐습니다. 아마도 실험 대상을 섭외한 곳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 평등이란 규범을 끊임없이 주입받은 영향도 있지 않겠느냔 의견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공정성과 평등성 본능에도 한계가 관찰됐습니다. 여러 실험에서 다른 아이가 자기보다 자원을 더 많이 갖는 상황을 주면 차라리 아무도 갖지 못하는 선택을 선호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때로 자신만의 이익을 더 크게 챙기기도 했고, 불공정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유독 본인에게 불공정한 상황에서만 크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부분은 나이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나와 남이 서로 2개씩 받는 선택지와 나만 1개 받는 선택지가 있을 때 7~12세(학동기) 아이들은 서로 2개씩 받는 걸 선호했지만, 5~6세 아이들은 자기만 이익을 얻는 선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자기가 대가를 치르더라도 상대적인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인간의 본성에는 이기적인 본능이 함께 존재한다는 걸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6~8세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자원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일 때 타당한 공로가 있으면 불만이 없었습니다. 또한, 3세 아이들은 자원이 남아서 누군가에게 줘야 할 때 모르는 사람보다는 사전에 상호작용을 나눈 사람에게 더 주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본성은 개인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집단 간의 관계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여러 실험에서는 아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집단, 즉, 내집단에 대한 강력한 선호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참고로 내집단을 형성할 때는 같은 색 티셔츠를 입히는 것처럼 단순하게 그룹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반면 외집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때로는 거리감이나 경계심, 심지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즉, 인간의 본성은 단순히 개인 차원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봤을 때 아이들은 남을 도우려 하고, 불공정함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감과 연민을 보이는 등 ‘선’에 가까운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도 이기심, 내집단 편향, 외집단에 대한 거리감·부정적인 감정과 같은 다양한 본성을 함께 드러냈습니다.

결국, 인간이 선함과 이기심, 집단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본성이 단순히 한쪽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책에서는 이를 “타고난 본성, 배워가는 공평함”이라는 말로 정리하는데, 인간의 본성은 타고난 성향과 더불어 각자의 경험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달합니다.

어떤 본성이 더 강하게 드러날지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어떤 걸 배우며 살아가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고,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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