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말 사기꾼이 살기 좋아서 사기꾼이 많을까?

한국은 사기꾼이 살기 좋은 나라여서 사기꾼이 많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그러한 평가가 나온 배경에는 피싱, 유사수신, 다단계, 부동산 사기, 허위·과대 광고 등 다양한 유형의 사기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사기꾼을 잡아서 법정에 세워도 받는 처벌이 너무 약한 것 같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전 세계 사기 범죄 1위’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2013년부터 잘못된 내용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인 몇 년 동안 언론사,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통해 전파된 영향도 큰데, 정말 한국은 사기꾼이 많고, 사기꾼이 살기 좋은 나라일까요?

먼저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사기꾼이 많은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인구 10만 명 당 사기 범죄 발생 건수를 확인해 보면 637.43건입니다.

OECD 가입국 중 사기 범죄 발생 건수가 확인된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꽤 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고, 한국 내 사기 범죄의 발생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로 보입니다.

하지만 국가마다 사기죄에 대한 법적 정의가 다르고, 집계·기록하는 방식도 다르기에 애초에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는 ‘사기 의심’에 대한 모든 신고 건수가 포함됐고, 이중 상당수는 법적 판단에서 ‘사기죄’가 아닌 ‘채무 불이행’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통계에서 보이는 것처럼 진짜 사기꾼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사기당했다고 생각해 신고했을 텐데, 법적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가 계약 당시에 처음부터 속일 생각으로 거짓말을 했어야 하고, 나중에 사정이 어려워져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사기가 아닙니다.

이런 사기죄의 법리를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신고하는 점과 계약 당시의 처음 속마음을 밝혀낸다는 게 쉽지 않기에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그리고 사기 혐의가 인정되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말 그대로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그치므로 국가에서 범죄자로부터 돈을 빼앗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게 아닙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횡령, 배임, 범죄단체를 조직해 친 사기, 유사수신, 다단계,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에만 범죄자로부터 몰수·추징한 재산이 있으면 국가가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제도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적용되는 범죄가 몇 개 안 되고,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는 것 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범죄자로부터 몰수·추징한 재산이 실제로 있어야만 지급할 수 있어 애초에 몰수·추징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는 등 제약 사항이 많습니다.

결국 피해자가 피해 금액을 돌려받으려면 사기꾼과 합의해서 받거나 배상명령 신청이나 민사소송을 통해 판결문을 받아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문제는 판결문을 받았다고 해도 사기꾼에게 재산이 없거나 있어도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옮겨놓는 등의 꼼수를 부리면 재산이 없는 것이 되므로 피해자는 배상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즉, 단순 신고 건수만으로 사기꾼이 많다는 건 단정할 수 없지만, 많은 피해자가 경제적 손실을 입고도 법적 보호 및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현실이므로 사기꾼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 형성에 큰 원인이 됐을 겁니다.

그렇다면 사기꾼에 대한 처벌의 강도는 어떨까요? 사기의 유형이나 피해 규모, 피해자 수, 가중처벌 여부 등에 따라 형량은 크게 달라지는데, 사기죄가 아닌 대부분의 범죄는 초범이면 벌금형에 그치고, 중한 경우에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기죄는 초범이어도 피해액에 따라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피해액이 크면 수 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아마 이것도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 이유는 미국에서 범죄자에게 수백 년의 형을 선고하는 사례와 비교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부분은 범죄예방 및 교화를 중시할 것인지, 엄벌 및 사회와의 격리를 중시할 것인지 등에 따라 법체계와 법률의 차이 때문에 나타난 차이이고,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 한국 형벌은 ~이하로 돼서 미국처럼 강하게 처벌 못할까?

무엇보다 형량이 높은 나라에서는 수용 공간 확보와 관리 어려움으로 인해 가석방이나 감형 제도로 조기 출소시키는 사례가 많아서 형량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의 사기죄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한국은 강력 범죄를 제외하면 사기죄에 실형을 선고하는 기준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처럼 사기죄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비교적 강한 처벌을 받는 범죄임을 고려하면 법원에서 사기꾼들을 봐준다는 인식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도 국민 정서를 반영해서 2024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13년 만에 사기죄의 양형 기준을 강화해서 앞으로는 기존보다 더 강한 처벌이 내려질 예정입니다.

한편 많은 사람이 SNS를 이용하고, 이를 통해 수많은 광고를 접하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 광고는 허위·과대광고를 하고 있는데, 광고 노출이 일상과 밀접해진 만큼 사기꾼이 많다고 느끼는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투자 유도 등 아예 거짓으로 속이는 사기 행위뿐만 아니라 일반 식품에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하는 광고, 엄청난 할인을 하는 것처럼 해놓고 전혀 그렇지 않은 광고 등 다양한 형태의 허위·과대광고가 오랫동안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나아지는 게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SNS를 통한 광고는 TV의 광고와는 달리 사전심의 없이 플랫폼 자체적으로 간단한 심의만 거치고, 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판매 상품에 따라 제각각이라 일관성이 없어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당하면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개개인의 판단으로 처음부터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항상 근거가 있는 내용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법률사무소 온유의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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