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타는 만큼 디자인도 다양한데, 외형은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를 않습니다. 틀에 박힌 자동차 외형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자동차가 지녀야 할 필수 조건을 생각해보면 조향 및 주행이 원활해야 하고, 사람이 탑승할 공간이 충분해야 합니다. 또한, 사고(추돌·전복)가 발생했을 때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필수 조건이 있겠으나 자동차 외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조건은 주행 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며 주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입니다.
자동차가 주행하면 표면을 따라 공기 흐름이 발생합니다. 이 흐름은 공기가 자동차 표면에 가하는 압력에 변화를 주는데, 압력의 총합이 주행 방향에 수직으로 위를 향하는 것을 양력(Lift)이라고 하고, 주행 방향과 반대로 향하는 것을 항력(Drag) 또는 공기저항(Aerodynamic drag)이라고 합니다.
공기저항은 자동차의 주행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타이어 회전저항을 빼고 봐도 공기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이를 토대로 크기와 모양이 다른 차량을 간단하게 비교 분석할 수 있는 공기저항계수(Drag coefficient)라는 무차원 수를 계산했습니다.
공기저항계수 값이 낮다는 것은 공기저항 감소를 의미하고, 적은 힘으로도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자동차 업체에서 차량의 공기저항계수를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차량 주행 시 공기저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외형이 45~50%, 바퀴와 바퀴 덮개가 25~30%, 차체 하부와 엔진룸이 20~35%를 차지합니다. 당연히 가장 만지기 쉬우면서 효과가 좋은 외형을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해보면 공기저항계수값을 낮춰서 연비를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연대에 따른 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값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920년대 각진 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는 무려 0.8에 달했으나 현대의 자동차는 0.2에 가깝습니다.
즉, 현대의 자동차 외형은 차량이 지녀야 할 필수 조건을 충족하면서 미적인 디자인과 공력 성능, 안전 사이에서 타협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법률로도 일정 틀을 벗어날 수 없게끔 정해놨습니다.
만약 자율주행차량이 대중화되어 사고 위험이 없어지고, 기술이 발달해 공기저항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획기적인 형태의 자동차 디자인이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시대가 오기까지 지금까지 쌓아온 정보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각설하고, 자동차가 공기저항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갈 때 어떤 형상의 물체든 앞과 뒤로 압력 차가 생깁니다. 자동차도 주행할 때 공기가 자동차 보닛부터 시작해 표면을 따라 흐르기 시작하고, 앞과 뒤로 압력 차가 발생해 공기저항 중에서도 특히 압력저항을 강하게 받습니다.
모든 유체(여기서는 ‘흐르는 공기’)는 점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동차 표면에서 흐를 때 표면과 마찰하면서 비교적 느리게 흐릅니다.
이렇게 유체가 영향을 받는 영역을 경계층(Bboundary layer)이라고 하는데, 경계층 영역에서는 공기가 나아갈수록 압력이 높아지는 역압력구배(Adverse pressure gradient)를 받으므로 어느 순간에 공기는 표면에 붙어서 갈 수 있는 운동량을 잃고 떨어져 나갑니다.
이 현상을 유동 박리(Flow separation)라고 하고, 유동 박리 후 와류(Vortex)가 발생해 공기가 자동차를 앞으로 밀어주는 압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가 뒤로 받는 저항이 커지게 됩니다.
그러면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동 박리를 없애줄 수는 없을까요? 공기에 점성이 있는 한 불가능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박리를 지연시키는 정도입니다. 이를 위해 ‘와류발생기’라는 것을 설치하면 되는데, 디자인적으로 보기 좋지 않아서 잘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와류발생기를 사용하면 공기 흐름에 회전을 주어 공기가 표면을 따라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운동량을 전달해주므로 유동 박리에 의한 압력 감소가 줄어들어 공기저항이 감소해 연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차량의 후면을 살펴보면 날개처럼 생긴 무언가가 보일 겁니다.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치로 자동차의 후면으로 공기가 빠르게 흐르면 위 점선 영역은 주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차량을 뒤로 당기는 공기저항이 발생합니다.
전면에서는 공기저항으로 주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후면에서까지 뒤로 당기면 주행이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포일러가 존재하는 것이고, 공기 흐름에 방지턱을 주어 공기가 더 뒤로 넘어가도록 해줍니다. 그 결과 점선 영역의 압력 감소를 줄여서 공기저항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간혹 날개 형상의 스포일러도 볼 수 있는데, 단순히 멋으로 사용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차량의 주행속도가 매우 빠르면 압력의 총합이 주행 방향에 수직으로 향하는 양력이 작용하여 차체가 위로 뜰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접지력이 약해지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날개 형상의 스포일러가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바닥을 향해 작용하는 다운포스를 증가시켜 차량 앞부분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뒷부분을 노면 방향으로 눌러 접지력을 향상해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날개 스포일러를 달면 공기저항이 증가하므로 연비가 안 좋고, 세차 등 관리가 어렵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 엔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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