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이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과정을 눈 깜빡임이라고 합니다. 성인은 분당 15~20회가량 눈을 깜빡이는데, 눈 깜빡임은 눈을 감고, 뜨는 2개의 과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눈을 뜨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눈 깜빡임 중에 순간적인 암전이 일어날 텐데, 왜 우리는 눈 깜빡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항상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연속적인 장면으로 볼 수 있는 걸까요?
여러 연구자료에 따르면 눈 깜빡임의 속도는 약 100msec~150msec(1msec=1/1,000)라고 합니다. 눈 깜빡임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인지하지 못하고, 연속적인 장면으로 볼 수 있는 걸까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내용은 아니나 이와 관련해 상당히 많은 연구가 최근까지도 진행됐습니다. 그중에서 2005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된 논문을 먼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눈 깜빡임 중 암전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눈을 감는 순간에 뇌가 시각중추라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을 보면 피실험자에게 빛을 차단하는 고글을 씌우고, 광섬유 케이블을 입속에 넣게 한 다음에 강한 빛을 계속 쏘아서 눈을 뜨고 있든지 감고 있든지 계속 광섬유에서 나오는 빛만이 입천장을 투과해서 망막에 닿도록 했습니다.
이 상태에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비를 이용해 뇌 활동의 변화를 관찰해봤는데, 시각피질을 비롯하여 사람이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바라볼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인 두정엽과 전전두엽의 활동이 눈을 깜빡일 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합니다.
즉, 사람이 눈을 무의식적으로 깜빡여서 감으면 시각중추의 활동이 억제된다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덕분에 우리는 눈 깜빡임을 인지하지 않을 수 있고, 연속적인 장면으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2015년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다른 논문 자료를 보면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합니다. 연구팀은 12명의 청년을 암실에 넣고, 컴퓨터 화면에 있는 점을 응시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눈의 움직임과 깜빡임을 실시간으로 촬영했는데, 피실험자가 눈을 깜빡이는 순간에 컴퓨터 화면에 있는 점을 오른쪽으로 1cm씩 이동시켰습니다.
만약 컴퓨터 화면에 있는 점을 눈을 감지 않고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면 변화를 눈치챘을 겁니다. 하지만 눈을 깜빡이는 순간에 점을 이동시키자 피실험자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뇌가 안구 근육을 조절하도록 해서 눈을 떴을 때와 감았을 때의 미세한 차이를 바로 잡아줬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점은 해당 실험을 반복하자 예측해서 움직이는 반응도 보였다는 것으로 이런 작용 덕분에 눈 깜빡임에도 연속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2018년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됐는데, 단기기억에 관여하는 뇌 영역인 내측 전두엽 피질이 눈을 깜빡이는 순간에 눈을 깜빡이기 전과 후의 순간을 이어준다고 합니다.
끝으로 2019년에 발표된 논문 자료를 보면 눈을 깜빡일 때는 시각처리 기능뿐만 아니라 시간 감각도 사라진다고 주장합니다.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을 보면 22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시각 실험을 진행했고, 23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청각 실험을 진행합니다.
먼저 시각 실험은 피실험자들에게 서로 지속 시간(0.6초와 2.8초)이 다른 흰색의 동그라미 2개를 보여준 다음에 새로운 흰색의 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보여준 시간이 0.6초와 2.8초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물어보자 흰색의 동그라미가 나타나는 순간에 눈을 깜빡인 사람은 0.6초에 가까웠다고 대답합니다. 이 말인즉슨 눈을 깜빡인 시간만큼 감각을 수용하는 시간도 짧게 판단한다는 겁니다.
근데 청각 실험은 조금 다릅니다. 흰색의 동그라미 대신 소리를 들려주고, 피실험자의 안구 위치와 동공 크기 등을 측정했는데, 눈 깜빡임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즉, 청각 정보로는 시간을 정확히 판단했으나 시각 정보로는 시간이 짧아진 것으로 판단해서 눈 깜빡임의 순간을 무시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의문을 해결했고, 같은 맥락에서 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눈 깜빡임을 비롯해서 호흡이나 혀의 위치, 침 삼킴 등을 의식하는 순간 왜 부자연스러워지느냐는 질문인데, 이와 관련해 학술적인 연구 자료를 아예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연구하고 싶어도 연구 주제에 집중하는 순간 무의식적인 행동에서 의식적인 행동으로 넘어와 버려서 어떻게 연구할 수가 없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의학적인 지식을 통해 유추하는 내용임을 밝힙니다.
이들 행동은 무의식적인 운동과 의식적인 운동이 모두 가능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뇌간의 작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의식하지 않아도 감각정보가 뇌간으로 들어와서 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반응이 없었다면 의식적으로 해줘야 할 텐데, 반사적인 행동을 매번 의식하여 행동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행동이므로 뇌에서 무시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앞서 알아봤던 눈 깜빡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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