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잘 안 가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에 소나무가 많은지도 잘 모를 겁니다. 우리나라 국토의 63.3%가 산림에 해당하는데, 전체 산림 면적의 25.1%가 소나무입니다. 단일 수종으로는 가장 많이 분포하고, 선호도 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소나무가 많은 걸까요? 이 궁금증의 해답에는 사람과 자연, 역사, 정책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존재합니다.
시대에 따른 소나무의 분포도를 보면 아래 같습니다. 조선시대 때 소나무는 활용도가 높아 귀중하여 함부로 베면 엄한 벌로 다스렸고, 그 덕분인지 조선시대에도 소나무는 널리 분포했습니다.
하지만 1931년 전후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데, 일제강점기 때 산림 벌채와 과도한 산지 이용, 수탈을 피해 몸을 숨긴 사람들의 활용 등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나라를 되찾고 나서는 한국전쟁으로 전 국토가 황폐해졌고. 휴전 후에는 불법 도벌꾼이 많아 숲 조성이 지연됐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부터 인위적으로 숲을 조성하는 조림 정책이 시행되면서 소나무를 대대적으로 심기 시작했고, 국토 녹화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에 소나무가 다시 많아지게 됐습니다.
당시 소나무를 심은 이유는 우리나라 산의 대부분이 암반층이라 활엽수는 뿌리 내리기 어려운 반면 소나무는 돌산, 모래땅 같은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뻗어 생존할 수 있었을뿐더러 어떠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관리가 비교적 쉽기 때문입니다.
또 소나무는 경제적·환경적·문화적 가치가 높고, 늘 푸르고 변치 않는다는 상징성까지 있어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것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을 올라가 보면 소나무가 듬성듬성 베어져 있고, 잎이 붉게 물들어 있기도 합니다. 벌목한다 해도 왜 저렇게 듬성듬성한 건지, 또 사시사철 푸르러야 하는 솔잎이 왜 단풍처럼 붉게 물든 건지 등 이상한 장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배후에는 길이 1mm의 ‘소나무재선충’이 있습니다. 이 벌레는 북미 지역의 토착 생물이었으나 1988년 일본에서 수입한 목재 포장재(원숭이 케이지)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선충이 소나무를 말라 죽게 만드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선충이 영양분과 수분을 옮기고 저장하는 유세포를 파괴해 수분 이동 통로인 가도관을 막아 고사했다는 가설, 재선충으로부터 온 세균의 독소에 의해 고사했다는 가설, 강한 면역 반응으로 세포들이 연쇄 자살하여 고사했다는 가설 등이 존재합니다. 어쨌든 재선충에 감염되면 잎이 녹색에서 황색, 적갈색으로 변하고, 짧게는 수주일에서 보통 수개월 후 말라 죽습니다.
그리고 자체적인 이동 능력이 없는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또는 북방수염하늘소)와 같은 매개충에 의하여 확산하거나 감염된 나무를 땔감으로 베어 운반하는 과정에서 확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소나무로 옮겨갑니다.
또한, 최근 이상 고온으로 소나무 활력이 떨어지면서 병충해에 취약해지기도 했고, 또 하늘소는 송진이 적게 나오는 쇠약한 나무에 산란하여 감염이 더욱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수치로 보면 2025년 5월 기준 감염목은 약 149만 그루로 전년 대비 무려 65%나 증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방제를 멈출 경우 10년 뒤 78%의 소나무가 소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숲은 산불이나 병해 등으로 기존 수종이 사라진 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수종이 들어오는 자연적인 천이가 일어납니다.
문제는 시간으로 천이는 수십에서 수백 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나지만, 재선충 확산으로 인한 소나무의 집단 죽음은 너무 빠르게 일어나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전체 산림 면적의 25.1%를 차지하는 소나무가 전부 죽으면 숲의 균형이 무너지고, 생태계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곤충이나 조류 등 동물과 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질 수 있고, 소나무 중심으로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리고 땅을 잡아주는 나무 뿌리가 사라지면서 산사태 위험이 생기고, 비가 많이 오기라도 하면 토양이 쉽게 쓸려 내려가면서 하천이 흙탕물로 변하고 범람하여 수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죽은 나무들이 마른 장작처럼 쌓이면서 산불이 급속히 번질 수 있는데, 건조와 강풍 환경이 겹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이고, 재선충 확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는 곳이 산림청과 지자체 산림부서인데, 하늘소가 산란을 마친 후부터 유충이 성충으로 탈출하기 전까지 말라 죽은 나무와 그 주변 소나무를 베어서 제거해줍니다. 또 하늘소가 날아다니는 걸 고려해 근처 더 넓은 범위의 소나무들을 미리 잘라내기도 합니다.
추가적으로 특별 조치 지역을 선정해 방어선(국가선단지)을 미리 구축하고, 헬기나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서 산림을 살핀 뒤 AI가 항공 사진을 분석해 감염 의심목을 찾기도 합니다.
발견한 뒤에는 직접 산에 올라 피해 상황을 확인 후 시료를 채취하여 QR코드로 이력화하고, 재선충병에 감염되지 않은 우량한 소나무는 예방 차원에서 주사를 놓습니다. 그리고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는 훈증 또는 파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확산을 막고 있습니다.
산림청에서는 소중한 소나무숲을 보전하기 위해 방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국민들도 이에 동참할 수 있는데, 산에서 붉은 빛의 죽은 소나무를 발견하거나 누군가가 감염된 소나무를 옮기는 것을 볼 경우에 지자체 산림부서 또는 산림청(1588-3249)으로 신고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 이 콘텐츠는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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