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핵을 포기하지 않을까?

북한은 오랫동안 핵무기 보유를 목표로 핵무기 개발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 2018년 북미정상회담 등 여러 차례 비핵화로 노선을 바꾸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실질적인 폐기로는 이어지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한층 더 가까워져 지금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 상태’로 보는 시각도 많아졌습니다.

핵무기 개발은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국제적으로 강력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국제 사회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피할 수 없으므로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 외에는 핵무기를 개발 및 보유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이런 제한 속에서도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에게 전가되어 빈곤과 결핍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북한은 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걸까요?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해도 사용하는 날이 멸망하는 날이 될 텐데,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편이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 아닐까요? 그 궁금증을 도서 『독재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의 일부 내용을 참고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은 김씨 일가가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일당(조선노동당) 독재 체재입니다. 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 위협이 되는 존재는 외부에 있기도 하나 내부에 더 강력하게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엘리트들의 이탈이나 대중의 대규모 시위 등이 정권을 무너뜨릴 1순위 위협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내부 단속에만 힘을 기울일 수는 없습니다. 외세의 공격에도 대비해야 하는데, 한 연구팀에서 150년이 넘는 기간을 대상으로 전쟁에서 패배한 영향을 조사한 결과, 패배한 독재자 중 29.5%는 폭력적인 정권교체를 겪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중 하나는 독재자의 약점을 인식한 대중의 저항입니다. 그러니까 전쟁의 패배는 내부의 불만으로 이어져 대중이 거리로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이는 정권이 취약하다는 신호이기에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몰락을 걱정하는 독재자는 군사적 패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군대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군대 대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곤 합니다.

독재자의 최우선 목표는 자신을 공격하는 경우 감당할 대가가 너무 커서 아예 공격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군사력을 키우는 것이고, 국제 관계에서는 이를 ‘억지력(Deterrent)’이라고 합니다.

독재자는 일단 억지력을 확보하고, 쿠데타 방지에 전력을 다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군대가 내부의 적을 상대하는 데 집중하더라도 외부의 위협까지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억지력을 발전시키는 겁니다.

북한군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의 군대와 비교하면 상당히 구식이고, 여러 면에서 원시적입니다. 하지만 현역 병력은 100만 명이 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군대를 갖추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북한이 포병부대 수천 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를 1953년부터 한반도 비무장지대 근처에 배치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의 연구자들이 2020년 북한의 포탄 공격이 얼마나 파괴적일지 추정한 자료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종종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표현을 해오던 것처럼 최악의 시나리오로 북한 포병이 단 한 시간 내에 포탄 1만 4,000발을 서울에 퍼부어서 정말 불바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점이 엄청난 억지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 포병보다 효과적인 유일한 억지력은 대량살상무기입니다. 보유만 하면 독재정권은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외부 세력 견제에 큰 병력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대량살상무기를 다룰 수 있고,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선발된 소수 군인만으로 충분히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이후에는 내부의 쿠데타 방지에만 힘쓰면 됩니다.

혹여나 상황이 잘못되어 무기의 통제권이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재래식 군대와는 다르게 대량살상무기는 정권을 전복하는 데 쓸모가 없습니다. 핵폭탄을 투여하면 다 죽자는 이야기니까 말입니다.

또 핵무기는 대외 원조를 얻어내거나 국제 협상에서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고, 국내 선전용으로도 적극 활용됩니다. 선전용이란 외부의 적을 강조해 핵 개발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주민들에게 위기감을 심어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주민들이 어려운 생활에도 불만이 적어지고, 통제도 수월해집니다.

무엇보다 핵무기는 체제 유지와 직결되는 열쇠입니다. 당장에 핵보유국들도 1968년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체결해 놓고 아직까지 이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하더라도 그 말이 끝까지 지켜질 보장이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크라이나는 1994년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Memorandum)를 채택하면서 핵보유국들에 자국 영토와 안전 보장을 약속받으며 핵무기를 반환했는데, 2014년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침공해 합병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내부 쿠데타 상황에서 정권이 주민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더라도 외부에서 이를 제지하거나 개입하기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북한으로서는 핵무기를 포기하기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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