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명령이라고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과거와 달리 피해자들이 경찰이나 법원을 통해 적극 대응하면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조치로 법원이 분쟁이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 한쪽이 다른쪽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내리는 조치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같은 사건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이를 어기고 접근하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상식적으로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접근할 일은 없겠으나 상대방이 명령을 어기도록 하고자 고의적으로 접근하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옆집으로 이사를 와버리면 계속 명령을 위반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선 접근금지명령에 관해서 알아보면 세 종류가 있습니다. 형사상 접근금지명령은 법원이 판결을 선고하거나 혹은 수사나 재판 중에 필요하다고 느낄 때 내려질 수 있는데, 가정폭력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스토킹범죄와 같은 범죄 행위가 있을 때 경찰에 신고하여 도움을 요청하면 수사기관이 법원에 청구하면서 내려집니다.
이외에 생활 속 갈등으로 원치 않는데도 상대가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관련 형사 제도가 없으므로 민사상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해야 합니다.
해당 조치는 자기 인격권이나 사생활 보호가 침해된다고 생각하면 신청할 수 있는데, 거의 범죄에 준하는 상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인용됩니다.
마지막 접근금지 사전처분은 이혼소송 중 폭행과 같은 사건이 있을 때 신청하는 것으로 형사처벌까지 받게 하고 싶지는 않으나 접근하지 않았으면 할 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름은 다양해도 지켜야 할 내용은 비슷한데, 직선거리 100m 이내 접근금지를 포함해 전화, 문자 등 통신수단을 통해 접근하는 것도 제한됩니다.
그런데 명령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집에 거주하거나 이웃이거나 하는 등의 상황처럼 말입니다.
먼저 형사상 접근금지명령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인 가정폭력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 그리고 이혼 소송 중 폭행의 경우 내려질 수 있는 접근금지 사전처분처럼 가족 간에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법률에는 접근금지를 포함해 퇴거 명령까지 내릴 수 있습니다.
이는 이미 범죄가 일어났기 때문에 피해자의 권리를 좀 더 보호하고, 혹시 모를 추가 범죄까지 예방하려는 목적입니다.
하지만 민사절차인 접근금지 가처분은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는 사생활의 자유나 인격권을 침해하는지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접근금지의 수위도 상대적으로 완화됩니다.
예를 들어 신청자와 피신청자의 집이 가까운 이웃인 경우 과거 판례들을 보면 이웃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대면이 불가피한 경우 접근금지가 거주 및 행동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주거지 방문 및 초인종을 누르는 행위 등 일정 부분의 제약을 두는 식으로 처분을 내리곤 했습니다.
대신 위반 시 벌금이나 징역 같은 형사처벌이 있는 형사나 가사 절차와는 다르게 민사 가처분은 간접 강제금이라고 위반 행위마다 일정 금액(30~50만원 정도)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경우에는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생겨서 과거 형사상 접근금지명령 대상이 되기 어려운 행위들도 스토킹으로 해석될 수 있고, 번거롭고 오래 걸리는 민사 가처분 대신 형사고소를 통한 접근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계속 법원의 결정을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사를 가야할 겁니다.
그렇다면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한 사람이 고의로 접근하면 어떻게 될까요? 고의성이 확인되면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사람이 방어할 논리가 생기므로 재판을 통해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또 접근금지명령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명령의 변경이나 취소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청인이 고의적으로 따라다닌다면 명령이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주제의 궁금증을 해결해봤는데, 이런 이야기를 논하기에 현실은 많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접근금지명령은 가해자의 의지에 의존하는 방식이라서 강제로 이동을 제한하거나 감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몰래 접근하고자 한다면 막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범죄나 살인, 강도, 스토킹 같이 특정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는 처벌과 함께 범죄 유형 및 재범 위험성 판단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도 같이 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 실시간 추적을 통해 명령 위반 시 경찰이 즉시 인지 후 조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이 모두 끝난 뒤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상황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본 상황이고, 이런 현실 때문에 피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이나 형사고소 등을 했을 때 앙심을 품고 접근하여 물리적으로 해를 가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종종 발생합니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접근하는 것을 가정해보기에는 애초에 가해자의 접근을 막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 현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자발찌를 부착하여 감시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으나 판결 선고 전까지는 무죄 추정을 원칙으로 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원고 : 법률사무소 온유의 이철규 변호사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
2026년 3월 31일,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피해자가 접근금지를 요청했는데도 사법경찰관의 신청이나 검사의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90일 이내에 직접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