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악역을 맡은 등장인물이 누군가의 자동차 브레이크를 몰래 망가뜨리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차 주인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운전대를 잡고, 도로 중간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고를 당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들을 되짚어보면 굉장히 이상합니다. 도로 중간까지 나오는 동안 브레이크를 몇 번이나 밟아야 했을 텐데, 한참이 지나서 알아차린다는 건 뒤늦게 고장 나게 해놨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망가뜨렸다고 하더라도 가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속도는 줄어들 텐데, 그렇지 않다는 건 가속 페달까지 조작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자동차 기술자들은 실제로도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운전자가 모를 수 있을까요?

먼저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교통수단에는 브레이크가 있습니다. 작동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자동차 브레이크는 보통 유압식으로 작동합니다.
유압식이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생기는 힘을 브레이크액을 통해 네 바퀴로 고르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파스칼의 원리가 적용되는데, 밀폐된 공간에 있는 유체의 한 부분에 압력을 가하면 그로 인해 생긴 압력 변화가 유체 전체에 같은 크기로 전달된다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액이 호스를 따라 움직여 브레이크 피스톤을 밀어내고, 밀려난 피스톤이 휠과 같은 속도로 회전 중인 브레이크 디스크를 양방향의 브레이크 패드로 누르면서 자동차의 네 바퀴를 동시에 멈출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또 중요한 내용이 페달 쪽은 브레이크액이 지나가는 단면적이 좁고, 바퀴 쪽은 단면적이 넓어서 작은 힘만 주어도 큰 힘으로 증폭되어 바퀴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엔진의 진공을 이용해서 운전자의 힘을 몇 배로 크게 키워주는 브레이크 부스터라는 배력 장치도 있어서 발목을 까딱하는 힘만으로도 자동차를 멈출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브레이크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서 이해했을 텐데, 이러한 브레이크를 고장 내뜨리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몇 가지 방법이 존재합니다.
먼저 브레이크액이 피스톤으로 전달되는 브레이크 호스를 의도적으로 절단하는 방법입니다. 절단해 놓으면 브레이크액이 모두 새어버릴 테니 브레이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이 방법을 따르기 위해서는 바퀴를 빼거나 차량을 들어올려야 하고, 작업이 간단하지 않아 시간이 꽤 소요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브레이크액이 지나는 호스는 네 바퀴 중 두 바퀴씩 나누어져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결 조합은 차량에 따라 다른데, 한쪽 브레이크 호스를 절단했어도 나머지 두 바퀴로 어느 정도 제동이 가능하므로 모든 호스를 절단해야 브레이크를 고장 낼 수 있습니다.

즉,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잠깐의 조작으로 하기 어려운 작업이고, 모두 절단했다고 하더라도 요즘 차들은 브레이크를 밟은 다음에 시동이 걸리므로 운전자가 모를 수 없습니다. 브레이크액이 다 빠진 상태라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가볍게 쑥 밀려들어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계기판의 경고등도 고장 사실을 알려줍니다. 브레이크의 마스터 실린더 하단에는 레벨 센서가 있고, 브레이크액이 부족하면 센서가 신호를 받아 경고등을 띄워줍니다. 그런데 이걸 끌 방법은 없습니다.

만약 이 장치도 만져서 경고등이 뜨지 않게 하려면 센서의 커넥터를 빼두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텐데, 이 작업까지 하려면 보닛을 열어야 하므로 차 열쇠가 필요하고, 커넥터가 빠졌다고 해도 경고등이 들어오므로 불가능합니다.
만에 하나 운전자가 계기판의 경고등도 못 보고, 브레이크 느낌이 이상한 것도 눈치 못 채고, 큰 도로에 나오는 동안 브레이크를 한 번도 밟지 않았다고 한다면 애초에 목적지는 저승이었을 겁니다.

여기까지 봤을 때 드라마의 설정은 말도 안 되는 소설에 가깝습니다. 조금이나마 말이 되게 하려면 시간차를 두고 브레이크가 망가지게 한다는 건데, 브레이크 호스에 미세한 흠집을 내어 점차 브레이크액이 빠져나가는 방법을 쓰거나 원격으로 작동하는 절단기를 부착해 원하는 시점에 잘라내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차량의 바퀴를 떼어 내거나 차량을 들어 올리는 사전 과정이 있다면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는 게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엔진 출력은 공기 유입량에 따라 결정되고, 이 신호는 가속 페달의 신호를 받아 조정됩니다. 즉,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의도적으로 밟지 않으면 엔진이 강하게 작동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결과적으로 도로에서 갑자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작으며, 어찌어찌 브레이크 미작동 조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운전자가 이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으므로 드라마에서 보던 연출은 허구에 가깝습니다.

아마도 이런 지적들이 있었기에 최근에는 브레이크 고장 외의 방법으로 자동차 사고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목표 차량을 여러 대의 차로 추격하면서 직접 추돌시키거나 대형 화물트럭으로 추돌시키는 등 자동차의 기계적인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사고를 내는 현실적인 방법들로 연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해하면 안 될 것은 브레이크가 드라마 속 장면처럼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차량의 노후화로 브레이크 호스가 헐거워지면서 내부의 브레이크액이 밖으로 새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브레이크를 연속으로 작동하면서 브레이크가 계속 마찰을 받아 뜨거워지고, 평시보다 과열되는 경우입니다. 브레이크 페이드 현상이라고 이러한 상태가 되면 원래 정상적으로 멈추던 거리보다 제동거리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페이드 현상이 지속되면서 베이퍼록(Vapor lock) 현상으로 이어지는 건데, 브레이크가 뜨거워지면 브레이크액이 가열되어 끓어올라 기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정상 용량보다 줄어들면서 제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베이퍼록 현상은 차량 운행 환경에 따라 브레이크 라인 내에 수분이 유입되면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브레이크액에 수분이 함유되면 평소 약 230℃ 이상이던 브레이크액의 끓는점이 낮아지면서 과열 시 끓어올라 브레이크 라인에 공기가 차면서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일반인들이 차량을 정상적으로 주행·점검한다면 겪을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일들을 겪지 않으려면 브레이크액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브레이크 감도가 평소와 달라졌다면 즉시 조치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 원고 : 김진호 전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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