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은 하루의 시작과 끝에 주로 이용하다 보니 심신이 피곤한 상태에서 이용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기도 모르게 졸곤 합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도착할 때쯤 잠에서 갑자기 깬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단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반복해서 경험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물론 잠을 자다가 목적지를 지나치기도 하고, 목적지에 다다르기 한참 전에 깨기도 합니다.그래도 꽤 높은 확률로 도착 직전에 잠에서 깨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이 경험을 많은 사람이 공감합니다. 여기엔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핵심 내용만 말하면 제대로 잠든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대중교통이란 특수한 환경에서 제대로 잠을 자기란 무리가 있습니다. 일단 앉은 상태로 불편하게 자야 합니다. 또한, 이동 중 발생하는 진동과 내부의 소음 등도 수면을 방해합니다.
수면에는 다섯 단계가 있습니다. 1~4단계를 비렘(NREM)수면이라고 하고, 나머지 1단계를 렘(REM)수면이라고 합니다. 1~4단계까지 수면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깊은 수면에 빠지고, 렘수면에서는 급속안구운동을 합니다. 이 사이클을 한 번 돌기까지 약 90~120분이 걸립니다.
이 사이클은 잠을 자는 동안 반복하는데, 앞서 알아본 다양한 방해 요인으로 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깊은 수면에 빠지기 어렵습니다. 즉, 얕은수면 상태를 유지합니다.
얕은수면 상태가 도착할 때쯤 깨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수면에 빠지면 외부와의 모든 자극을 차단하므로 얕은수면이라고 해도 대중교통 이용 중 나오는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없을 텐데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과학잡지 뉴런(Neuron)에서 2000년도에 게재된 흥미로운 논문자료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가 깨어있을 때와 잠을 잘 때(비렘수면 상태로 설정) 각각 경고음과 피실험자의 이름을 들려주고 자기공명장치(fMRI)와 뇌전도 검사(EEG)를 이용해 뇌를 관찰합니다.
그리고 재밌는 결과를 얻어내는데, 수면 중인 사람에게 경고음을 들려줄 때보다 피실험자 본인의 이름을 들려줄 때 뇌가 활발히 반응했다는 겁니다.
즉, 수면 중인 사람에게 중요한 단어(영상에서는 목적지)를 들려주면 수면 중임에도 해당 단어가 들렸을 때 충분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얕은수면 상태이므로 잠에서 깨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고, 목적지에 가까워질 때쯤 안내 방송을 들으면서 깰 수 있습니다.
추가로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Public Library of science)에서도 비슷한 주제로 2013년도에 논문자료를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논문도 수면 중 소리에 뇌가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는데, 피실험자 본인의 이름과 다른 피실험자의 이름을 각각 들려줬을 때 자기의 이름에 알파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합니다.
즉, 뇌가 수면 중임에도 중요한 소리를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는 겁니다.(※알파활동: 특별히 각성되거나 흥부하지 않고, 조용히 휴식할 때 나타나는 8~12Hz의 규칙적인 뇌파)
위와 같은 상황은 깨어 있을 때도 적용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 하는데, 파티의 참석자들이 시끄러운 소음이 있는 곳에서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이유가 선택적으로 집중해서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해당 효과는 2012년 미국의 연구팀에서 두뇌 스펙트럼 사진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하여 과학 잡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주제와 같은 상황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은 같은 노선을 반복해서 이용하는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경험을 통해서 언제 내려야 할지 익숙해지고, 내려야 하는 상황을 기억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우르르 내릴 때 등의 상황이 잠에서 깰 때의 힌트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주제에 관해서 알아봤는데,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게 없으므로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자료를 통해 약간의 궁금증은 해소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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