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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 우산을 썼음에도 왜 바지 밑단 뒷부분이 젖곤 할까?

사람들은 비가 올 때 우산을 써서 비에 젖는 것을 막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산을 아무리 잘 써도 비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는 우산을 쓴 것인지 안 쓴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에 젖곤 합니다.

그런데 비가 너무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도 아닌 평범하게 비가 올 때 주제의 상황을 경험해본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사람이 걷는 과정부터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람이 걸을 때 다리와 발의 움직임은 아래와 같습니다.

오른쪽 다리를 기준으로 오른쪽 발을 땅에 내디디고, 오른쪽 발이 땅에서 떨어지기 직전까지를 스탠스 구간(Stance phase, 서 있는 구간)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서 다시 오른쪽 발을 땅에 내딛는 순간까지를 스윙 구간(Swing phase, 골반을 축으로 회전하는 구간)으로 명명하겠습니다.

스탠스 구간에서 왼쪽 다리가 스윙하면서 몸이 앞으로 나가는데, 이에 맞게 오른쪽 발의 뒤꿈치부터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땅을 딛습니다. 이후 발가락 부위로 지면을 밀면서 앞으로 나감과 동시에 발바닥이 지면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지고, 스윙 구간에서는 왼쪽 발로 선 채로 앞으로 나가면서 몸통 뒤에 있는 발을 앞으로 회전합니다.

양쪽 다리와 발이 이와 같은 보행 주기를 반복함으로써 사람은 걸을 수 있는데, 비가 올 때 우산을 썼음에도 바지 밑단 뒷부분이 젖는 이유는 스탠스 구간이 끝날 때 발뒤꿈치가 지면으로부터 떨어지는 시점에서 바닥의 빗물이 신발 밑창의 뒷면에서 물기둥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켄트주립대학교(Kent State University)의 한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물이 얕게 젖은 바닥 위로 걷는 사람의 발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하여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내용을 보면 보행 중 스탠스 구간에서 젖은 땅에 발을 디딘 후 발뒤꿈치를 땔 때 물 표면에 있는 물 분자들이 서로 뭉쳐 있으려는 표면장력에 의해 신발 밑창과 바닥 사이에 쐐기 모양의 물기둥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물기둥 일부는 발바닥을 밀면서 지면으로부터 떨어질 때도 상태를 유지했는데, 이 상태로 스윙 구간에 들어가고, 스윙할 때 함께 회전하다가 발이 회전을 멈추는 순간 물의 표면장력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물방울 형태로 튀어 올랐습니다.

이때 물방울이 떨어져 나가는 방향은 바닥으로부터 약 75도였습니다. 떨어지는 물방울은 위로 올라갔다가 스윙 구간이 끝나고 땅에 내딛으려는 발 앞부분을 향해 떨어졌고, 연구팀은 이 과정으로 신발의 앞부분이 젖는 것을 확인합니다.

이 현상은 발뒤꿈치에서도 마찬가지의 원리로 발생합니다. 2018년 당시 경북과학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던 최원찬 군은 손문규 지도교사와 함께 빗길 위를 걸으며 발뒤꿈치에서 물이 튀는 장면을 초고속 카메라로 분석해 이 현상을 증명해주었습니다.

앞서 켄트 주립대학교에서 실험한 내용과 마찬가지로 스탠스 구간이 종료되는 때 지면과 밑창 사이 물기둥이 형성됐고, 발뒤꿈치를 완전히 들어 올릴 때 물기둥이 부서지면서 발뒤꿈치에 맺힌 물방울이 종아리 쪽으로 날아가 바지 밑단의 뒷부분을 적셨습니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걷다가 돌이 신발 안으로 들어가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표면장력이 없더라도 스탠스 구간에서 신발 밑창이 바닥으로부터 떨어질 때 돌멩이가 함께 튀어 오르면서 들어갔을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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