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서 술집이나 식당 등 수저를 사용하는 영업점에 가면 수저통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일행들에게 수저를 나눠줍니다. 이때 수저를 취급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많은 사람이 휴지(냅킨)를 깔고, 그 위에 수저를 놔두는 방식을 따릅니다.
일단 식당 테이블은 불특정 다수가 계속 이용하는 공간이므로 청결하게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깨끗하게 닦아주는 곳도 있겠지만, 바쁜 시간에는 눈으로 보기에 깨끗한 정도로만 닦아주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테이블 위에 수저를 놔두면 비위생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수저 밑에 휴지를 까는 것이고, 일행의 수저를 놔줄 때도 휴지를 깔아서 그 위에 놔주는 게 하나의 예의라고 여겨집니다. 근데 정말 휴지를 깔고, 그 위에 수저를 놔두는 게 위생적인 방법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어떻게 하든 큰 의미는 없습니다. 따지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는데, 주방의 위생상태는 어떠한지, 식기는 제대로 설거지했는지, 요리사의 위생상태는 어떠한지 등 직접 조리해서 먹는 게 아니라면 따질 게 너무 많습니다.
오죽하면 화장실 변기가 가장 깨끗하다는 이야기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주제의 의문에 국한해서 한 번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수저를 휴지 위에 놓았을 때 위생 여부를 따진다는 것은 휴지의 위생 여부를 따지는 것과 같습니다. 식당에서는 구매한 휴지를 비치해놨을 뿐이므로 휴지 제조업체에서 위생적으로 만들어서 보내줬다면 문제 삼을 게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근데 일부 전문가는 휴지를 만들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걸고넘어집니다. 주로 휴지를 하얗게 만들어주는 형광표백제가 묻어 있을 수 있으므로 휴지 위에 수저를 놓으면 안 된다는 입장인데, 해당 성분이 체내에 유입되면 소화기 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휴지 제조업체에서는 해당 성분이 유해성과 관련해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합니다.
정부에서는 유해성과 관련해 확실하지 않으므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쪽을 택했고, 휴지 제조업체에서도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해 형광표백제가 없는 휴지 제품을 만들곤 합니다. 그렇다면 휴지 위에 수저를 놓아도 괜찮다는 걸까요?
형광표백제와 관련해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휴지에는 먼지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휴지는 펄프를 사용해서 만드는데, 펄프는 목재나 그 밖의 섬유 식물에서 기계적·화학적 또는 그 중간 방법으로 얻는 셀룰로오스 섬유의 집합체를 말합니다.
휴지에 사용하는 펄프에는 천연펄프와 재생펄프가 있고, 휴지를 사용하면 펄프 가루가 많이 날립니다. 또한, 휴지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위해 휴지에 주름을 형성해주는데, 주름 사이에도 먼지가 많이 낍니다.
위의 영상은 휴지를 비벼주는 영상으로 워낙 펄프가루의 크기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으나 분명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식당에서는 휴지를 뽑아 쓰도록 해놓는데, 뽑을 때의 마찰로 펄프가루가 발생할 수 있고, 수저를 휴지 위에 놓으면 펄프가루가 수저에 묻을 수 있습니다.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므로 편한 대로 하면 됩니다.
근데 왜 이런 문화가 생겼을까요?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의 저자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에 따르면 1970년대에는 화학적으로 처리한 생산품을 위생적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식에서 위생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되어 수저 밑에 휴지를 깔기 시작했고, 관습처럼 이어진 거라고 주장합니다.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휴지 대신에 나뭇잎이나 볏짚, 종이 등을 이용해서 뒤를 닦곤 했으니 꽤 신빙성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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