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려움이란 긁고 싶은 기분을 일으키는 감각으로 웃음처럼 참기가 많이 힘듭니다. 가려움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므로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느끼는 가려움은 먼지나 머리카락, 땀, 옷자락 등이 피부와 접촉하여 피부의 감각수용체를 자극할 때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쉽게 원인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워서 이유 없이 가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몸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 몸에 문제가 있어서 가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나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사람 중에서 약 20~30% 정도만 내과 질환에 의한 가려움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가려움은 그렇게 기분 좋은 감각은 아닙니다. 참으면 굉장히 신경 쓰이고, 긁으면 가려움을 해소할 수 있으나 긁는 순간뿐입니다. 무엇보다 가려움은 계속 가려움을 유발하고, 가려울 때마다 긁다 보면 피부에 상처가 나기도 합니다.
몸에 상처가 날 정도로 긁어서 가려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데, 긁어서 상처가 나면 염증 반응이 나타나고, 염증 반응은 또 다른 가려움을 유발합니다. 그러니까 가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또 다른 가려움의 원인을 유발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가려움은 정말 참기 힘듭니다. 근데 가려움은 왜 긁어도 해소할 수 없는 걸까요? 가려워서 긁으면 더 가려운 것 같은데,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여러 연구 중에서 2014년 미국 워싱턴 의대 소양증연구실(Washington University‘s Centre for the Study of Itch)의 천저우펑(Zhou-Feng Chen) 박사와 연구팀이 과학잡지 뉴런(Neuron)에 발표한 흥미로운 논문이 있습니다.
해당 논문은 쥐 실험을 통해서 가려워서 긁었을 때 계속 가려운 이유를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가려움을 유발하는 원인에 의해 피부의 감각수용체가 자극을 받으면 가려움을 유발하는 신호가 뇌에 전달되어 히스타민 등의 가려움 유발 물질을 분비합니다.
이에 따라 가려움이 발생하고, 가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피부를 긁어주면 약한 통증 신호가 생기면서 통증 억제 효과가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을 분비합니다. 근데 세로토닌은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기능이 있어서 가려움을 더 유발합니다.
연구팀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실험 쥐에게서 세로토닌 분비 유전자를 제거하고, 가려움을 유발하는 물질을 피부에 주입합니다. 정상 쥐였다면 가려움에 피부를 격렬하게 긁는 반응을 보였겠지만, 세로토닌 분비 유전자를 제거한 쥐는 정상 쥐보다 비교적 약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근데 세로토닌을 다시 주입해주자 정상 쥐처럼 격렬히 긁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로써 세로토닌이 가려울 때 계속 긁는 이유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또한, 연구팀은 다양한 세로토닌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등의 실험을 통해 5-HT1A로 알려진 수용체가 세로토닌과 결합해서 GRPR이라는 가려움 유발 신경세포를 활성화한다는 사실도 확인합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가려움을 유발하는 물질과 수용체를 차단하는 물질을 쥐에 주입해서 변화를 관찰합니다. 결과는 연구팀의 예상대로 긁는 반응이 줄어들었습니다.
정리해보면 가려운 곳을 긁었을 때 약한 통증 신호가 발생해 통증 억제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을 분비합니다. 세로토닌은 5-HT1A라는 수용체에 결합하여 GRPR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가려움을 유발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려울 때 긁으면 계속 가려운 증상을 보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세로토닌을 억제하면 가려움을 느끼지 않을 테니 억제하는 약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으나 세로토닌은 신체에서 다양한 기능을 담당합니다.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해서 없으면 우울해지고, 성장이나 뼈의 대사 등에도 관여하므로 세로토닌을 억제하는 아이디어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