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제한이 없다면 자동차는 어디까지 빨라질까?

자동차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얼마나 밟느냐로 속도를 조절합니다. 이때 속도 계기판을 보면 차량의 최고 속도가 적혀있는데, 차량 유형에 따라 최고 160에서 260까지 적혀있고, 고성능 차는 300 이상의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도로에는 통행속도 제한이 존재해 최고 속도로 주행할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도로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보통 시속 100~110km가 가장 빠르게 주행할 수 있는 속도이고, 다른 나라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통행속도 제한이 있으니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속도가 빠른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만약 교통체증과 통행속도 제한이 없어진다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빠른 차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내연기관 엔진을 얹은 세계 최초의 자동차는 1886년에 특허받은 최고 시속 16km의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입니다. 이후 기술이 지속 발전하면서 시속 100km, 200km, 300km를 넘는 차들이 만들어졌는데, 만들어진 시기를 보면 이미 1927년에 시속 300km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한 셈입니다.

물론 이들 차량은 빠른 속도만을 내기 위해 특수 제작됐기에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거의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이라면 진일보한 기술로 빠른 속도를 내는 일반 승용차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요?

사실 우리가 타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여전히 과거와 비슷한 속도인 이유는 기술적으로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음에도 속도 제한을 걸어야 한다는 논의와 현실적인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차량의 최고 속도 제한 관련해 첫 논의는 1970년대에 있었고, 시대적인 이유 두 가지에서 시작됐습니다. 하나는 1973년 제1차 석유 파동이 발생하면서 석유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영향으로 속도 제한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에도 한시적 속도 제한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당시 독일의 1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만여 명에 달했기 때문으로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과속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석유 파동과 안전 등의 문제로 1970년대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에서는 암묵적인 신사협정을 맺어 생산하는 차량의 제한 속도를 시속 250km로 제한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과도한 속도 경쟁이 제조사에 피로감을 줬던 이유도 있고, 오토바이 제조사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시속 300km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속 250km의 속도 제한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 차들은 속도 한계가 설정된 상태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1989년 시중 차들의 최대 출력을 276마력으로 제한하자는 신사협정이 있었습니다. 통행속도 제한 아래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한 개발이 무의미했기 때문인데, 협정 속에서도 각 제조사는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 일부 고성능 차량에 한해 그 이상의 출력을 내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함이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차량 대부분은 속도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을 더 지불하면 최고 속도를 올려주거나 같은 디자인의 차량이어도 고급 모델은 제한 속도를 더 높여주는 옵션도 존재합니다.

고성능 차량의 경우 속도 제한 해제 없이 시속 300km를 가뿐히 넘습니다. 이런 차량을 슈퍼카라고 하고, 시속 400km 전후의 성능을 내면 하이퍼카라고 부르곤 합니다.

한편 기네스에 등재된 자동차 최고 속도는 1997년에 기록된 시속 1,227.9km입니다. 영국의 ‘스러스트 SSC’라는 차량으로 제트엔진을 장착했는데, 차량이 양산(일반인도 살 수 있도록 생산)되지 않고, 형상이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자동차로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자동차가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강한 엔진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닙니다. 강한 엔진에서 발생한 힘이 변속기를 통해 각 바퀴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출력의 손실이 최대한 줄어들도록 설계해야 하며, 빠른 속도는 그만큼 기계를 혹사하는 일이니 각 부품의 내구성도 일반 차량보다 훨씬 높아야 합니다.

즉, 현재 기술로 자동차를 빠르게 만들어도 실제 이용에는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한 예로 시속 400km가 넘는 베이론은 특수 제작 타이어를 장착하는데, 최고 속도로 30분 달리면 고속·고열로 타이어가 녹아버립니다.

또 이론상 최고 속도에서 12분을 달리면 연료가 모두 소진될 정도로 연료 소모도 매우 큽니다. 이처럼 극한의 속도를 내려면 부품이 온전하게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하는 기술과 극단적인 연료 효율성까지 모두 고려해야만 합니다.

기능 외에도 차량의 형상 역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으로 디자인해야 하고, 무게도 적절해야 합니다. 무거우면 속도가 잘 안 나고, 가벼우면 타이어가 도로에 밀착하지 못해 접지력이 떨어지면서 출력 손실이 생깁니다. 빠른 속도를 내려면 가볍고 날렵하면서 동시에 접지력이 좋아야 한다는 모순적인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차량 뒤쪽에 리어 윙(rear wing)이나 리어 스포일러(rear spoiler)라고 날개처럼 생긴 부품이 달려있는데, 비행기 날개와 정반대 원리로 작동합니다.

비행기는 날개로 공기를 아래로 보내서 위로 뜨는 반면 자동차는 날개를 거꾸로 달아 바람이 차체를 도로 누르도록 만듭니다. 이를 다운포스(Down force)라고 하고, 덕분에 고속으로 달릴 때도 지면에 달라붙게 하여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해줍니다.

만약 이런 부분들이 모두 보완됐다고 하더라도 달리는 도로 환경도 중요합니다. 최고 속도를 달성한 차들의 공통점은 트랙과 같이 관리·통제된 도로에서 주행했다는 건데, 일반 도로에 교통체증이 없다고 해도 통제하지 못하는 요인(*노면 상태, 도로의 포장 상태, 경사, 곡선, 다른 차량 등)들이 너무 많아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시속 300km만 돼도 1초에 83m를 움직이는 것이고, 0.1초의 반응에 따라 약 8.3m를 좌우하므로 자칫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지금보다 빠른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긴 해도 실제로는 자동차의 기술적 한계, 부품 내구성, 운전자 통제력, 도로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지 않는 겁니다.

참고로 2024년 서울시 차량속도보고서를 살펴봤을 때 전체 평균통행속도는 시속 22.7km밖에 되지 않습니다. 고속도로도 시속 50.2km로 차량의 최고 속도는커녕 법정 최고 속도 이상으로 달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김진호 전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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