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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으로 우승했을 때 왜 ‘연패’라고 할까? (feat. 심심한 사과)

혹시 게임을 하시나요? 어떤 게임이든 승패를 겨루는 게임에서 연속해서 이겼다면 아마 ‘연승’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겁니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연달아 지는 경우에는 ‘연패’라는 표현을 사용할 겁니다.

그런데 이 ‘연패’라는 단어는 조금 이상합니다. 간혹 연달아 우승했을 때 ‘연패’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를 볼 수 있기 때문인데,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해보면 ‘연패’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존재합니다.

싸움이나 경기에서 계속하여 짐이라는 뜻을 지닌 ‘연패(連敗)’가 존재하고, 운동 경기 따위에서 연달아 우승함이라는 뜻을 지닌 ‘연패(連霸)’가 존재합니다. 의 차이는 ‘-패’에서 발생하며 전자의 연패는 ‘패할 패(敗)’를 사용하고, 후자의 연패는 ‘으뜸 패(覇)’를 사용하므로 전혀 다른 뜻의 단어가 됩니다.

하지만 발음은 똑같아서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일상에서는 연달아진다는 뜻의 ‘연패(連敗)’를 많이 사용합니다. 실상 많이 수준이 아니라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 아예 ‘연패’는 연달아진다는 뜻을 지닌 ‘연패’만 있다고 아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신문 등의 언론보도에서는 분명 연달아 우승하다의 뜻을 지닌 ‘연패(連霸)’를 많이 사용합니다. 헷갈리게 ‘연승(連勝)’이 아닌 ‘연패(連霸)’라는 단어 표현을 사용하는 걸까요? 유식함을 뽐내고 싶어서 그러는 걸까요?

사실 마땅한 표현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연승(連勝)은 대회 전체가 아니라 그 대회의 일부에서 연속해서 승리했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이는 연달아진다는 뜻을 지닌 연패(連敗)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대회 일부가 아닌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한 경우에는 연승이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약 지난 대회에서 우승했고, 다음 대회에서도 우승했을 때 2연승이라고 표현하면 대회 일부에서 연속해서 승리했다는 의미의 연승(連勝)과 중복되므로 올바르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연달아 우승함이라는 뜻을 지닌 연패(連霸)를 사용하는 겁니다. 즉, 연승(連勝)과 연패(連霸)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다만, 일반인이 대회 등에 나가서 우승할 일은 사실상 없으므로 쓸 일이 없어서 헷갈리는 겁니다.

추가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이상한 단어 표현 중 ‘심심하다’라는 표현에 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심심하다’는 평소에 많이 사용하는 표현 중의 하나로 뜻은 ‘하는 일이 없어서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입니다. 하지만 이 표현을 잘못하고 사과를 구할 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이 죄를 짓고 사과문을 발표할 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는 것은 아닐 것이고, 분명 다른 뜻으로 쓰였을 겁니다.

아마 대부분 심심하다의 다른 뜻으로 음식 맛이 싱거울 때 사용하는 ‘심심하다’를 떠올릴 겁니다. 이 표현도 상황에 맞지는 않아 보이는데, 사실 심심하다에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뜻을 알고 보면 매우 고급스러운 사과 표현이나 잘 쓰지 않는 표현이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싶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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