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사물궁이 잡학지식

왜 턱을 맞으면 기절하는 걸까?

턱을 때려보거나 맞아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제와 관련한 내용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복싱 등의 격투 스포츠 또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봤기 때문인데, 물론 정말 세게 맞는다면 어느 부위를 맞든 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턱은 살짝만 툭 쳐도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을 보이기에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이와 관련해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뇌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알려졌습니다. 턱을 맞는 순간의 뇌를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다면 명확히 알 수 있겠으나 한계가 있으므로 정설로 통하는 내용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 몸에 중요하지 않은 장기는 없으나 뇌는 개중에서도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장기입니다. 뇌는 조직이 매우 연약해서 두부와 비슷한 정도의 단단함을 지니고 있는데, 매우 두껍고 단단한 통뼈로 되어 있는 두개골이 뇌를 둘러싸서 보호해주고 있으므로 안전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두개골 속에는 ‘경질막(Dura mater)’과 ‘거미막(Arachnoid membrane)’, ‘연질막'(Pia mater)이라고 하는 3겹의 뇌막(meninges)이 존재하여 뇌를 추가로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경질막은 3겹의 막 중 가장 두꺼운 데다가 매우 질기고 단단해서 손으로 찢으려고 해도 찢기 어렵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뇌와 척수를 둘러싼 연질막과 거미막 사이에는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에는 뇌척수액(파란색 부분)이라는 액체가 차있습니다.

뇌척수액에는 여러 기능이 있으나 그중의 하나가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뇌를 보호해주는 기능입니다. 이처럼 뇌는 두개골과 세 겹의 뇌막, 뇌척수액 등이 보호해주고 있으므로 웬만한 외부충격에는 안전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직접적인 충격은 잘 보호해줄 수 있어도 관성에 의한 뇌 손상은 잘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먼저 관성이 무엇인지 사전상의 정의를 빌려서 이야기해보면 물체가 외부로부터 힘을 받지 않으면 처음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길 바랍니다.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면 손잡이와 몸이 뒤로 쏠리고, 버스가 갑자기 멈추면 손잡이와 몸이 앞으로 쏠리게 됩니다. 이는 관성 때문으로 해당 내용을 두개골과 뇌로 바꿔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머리도 갑자기 뒤로 밀리면 가만히 있으려는 뇌가 두개골의 앞부분에 눌리면서 외상성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턱을 맞으면 외상성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머리 중 뇌에서 가장 멀리 있는 부위인 턱을 가격하면 두개골이 강하게 회전력을 받아 갑자기 가속하게 됩니다. 이때 일차적으로 뇌가 두개골에 눌리면서 외상성 뇌손상이 발생하고, 두개골이 회전을 멈추면 회전하던 뇌가 두개골에 다시 부딪히면서 이차적으로 외상성 뇌손상이 발생해 기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개골을 잘 살펴보면 아래턱뼈가 분리형으로 되어 있어서 턱을 때리면 아래턱뼈가 턱관절에서 분리되는 힘도 가해집니다. 턱관절 주위에는 여러 신경이 지나가고 있어서 이러한 신경들에도 충격이 가해져 기절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격투기 선수들은 마우스 가드라는 것을 착용합니다. 주요 기능은 치아·입술·잇몸 등에 상처가 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인데, 위 기능 외에도 턱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아래턱뼈가 골절되거나 턱관절이 탈구되는 것을 막아주어 턱뼈를 보호해주고, 뇌 손상도 방지해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투고 : 김의사박사님 (현직 의사)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