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게 만든 이동식 콘센트인 멀티탭은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필수 생활용품입니다. 시중의 멀티탭은 대체로 비슷하게 생겼으나 고급형은 개별 스위치가 멀티탭의 콘센트마다 존재해서 꽂아놓은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지 않아도 스위치만 꺼주면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대기전력을 차단할 수 있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 개별 스위치 안에는 작은 램프가 들어 있어서 전기를 사용할 때는 불빛이 들어와 사용자에게 작동 여부를 알려줍니다. 그런데 불빛이 들어오고 있는 스위치 램프가 불안정하게 깜빡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꺼질듯 말듯한 촛불의 모습과도 같은데, 궁금한 마음보다는 화재나 감전 등의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더 컸을 겁니다. 그리고 불빛의 떨림이 심하지 않아도 살짝 떠는 램프도 있고, 떠는 것이 아니더라도 램프의 밝기가 상대적으로 어두운 램프도 있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직류(Direct Current, DC)와 교류(Alternating Current, AC)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직류는 시간에 따라 흐르는 방향과 크기가 일정한 전기의 흐름을 말하고, 교류는 시간에 따라 흐르는 방향과 크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전기의 흐름을 말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천연자원이 아닙니다. 여러 발전소에서 생산하는데,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을 살펴보면 위와 같습니다. 발전소마다 발전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으나 에너지원을 이용해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는 개념은 일맥상통합니다.
터빈의 회전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합니다. 1초 동안 오르락 내리락 반복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하고, 이러한 파동의 움직임을 사인파(Sine wave) 곡선이라고 합니다. (* 헤르츠(Hz) : 주파수의 단위)
그렇다면 터빈에서 회전을 통해 생산하는 전기의 주파수는 몇 주파수일까요?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와 미국 등의 상용 주파수는 60Hz이고,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의 상용 주파수는 50Hz입니다.
발전소의 상용 주파수가 60Hz이면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기가 1초 동안 오르락 내리락을 60번 반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발전소의 터빈이 1분에 1,800회 회전해야 하는데, 주파수가 낮으면 회전수가 떨어지므로 전자기기의 성능이 저하됩니다. 이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러면 주파수가 높아야 좋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주파수가 높으면 표피효과로 인해 전력손실이 커집니다. 따라서 가장 적절한 50Hz 또는 60Hz를 상용 주파수로 사용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주제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멀티탭에 있는 스위치 램프는 네온램프라고 합니다. LED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대체되가는 중이나 소비전력이 적고, 수명은 길고, 가격은 저렴해서 과거에는 전자 장비 및 기기의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는 램프로 널리 사용했습니다.
이 네온램프가 멀티탭의 스위치 램프에도 쓰였다고 했는데, 램프로 흘러가는 전기가 주파수로 인해 전압과 전류가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60번 반복합니다. 그러니까 1초 동안 총 120번 깜빡거립니다. 그런데 사람의 눈은 램프가 1초 동안 120번 깜빡거리는 것을 전부 인식할 수 없어서 그냥 켜진 것으로 인식합니다.
참고로 형광등도 원래는 1초 동안 120번을 깜빡거립니다. 그런데 전압과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안정기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고, 슬로우모션 카메라로 촬영해보면 깜빡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문제는 멀티탭의 네온램프가 노후화되면서 주파수에 민감하게 반응해 심하게 깜빡거리거나 램프 자체가 어둡게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이런 멀티탭은 교체해줘야 할까요? 아닙니다. 네온램프만의 문제이고, 전력을 공급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추가로 전자제품은 각 국가에서 사용하는 상용 주파수에 맞게 제작되는데. 상용 주파수가 다른 전자제품을 사용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간략히 보면 위와 같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도서 ‘김기사의 e-쉬운 전기’의 저자 소망 김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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