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등의 벌레가 사람의 눈에 보이면 대부분 곧장 죽임을 당하므로 벌레가 자연사하는 모습은 웬만해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 때문이 아니더라도 벌레는 먹이사슬상 주요 영양원이므로 벌레의 자연스러운 죽음을 관찰하는 것은 이러나저러나 힘든 일입니다.
어쨌든 살다 보면 죽어 있는 벌레를 종종 보게 됩니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많은 벌레가 배를 보인 채 죽어있습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왜 벌레는 배를 보인 채 죽음을 맞이했을까요?
살아있는 벌레는 스스로 몸을 뒤집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몸을 뒤집으면 외부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되고, 이는 살아있어도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이므로 당연합니다.
그래서 몸이 뒤집힌 벌레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데, 죽어가는 순간에 배를 보이기 위해 몸을 뒤집는다는 것은 매우 모순적입니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벌레의 몸 구조부터 알아보면 크게 머리·가슴·배로 나뉘고, 가슴 부위에 다리가 달려있습니다. 이 다리는 몸통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가늘며 속이 비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속이 꽉 차있으면 구부리거나 내리누르는 힘에 오히려 잘 못 견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몸에 흐르는 체액이 관절에서 부풀려졌다 쪼그라들었다를 반복해 다리를 움직여 이동합니다. 이러한 기능은 벌레가 죽음을 맞이하면 멈출 것이고, 기능이 멈춤에 따라 다리는 자연스럽게 오므라들면서 흔히 접하게 되는 모습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죽어가는 벌레의 모든 다리가 동시에 기능을 멈추면서 오므라드는 것은 아닙니다. 차례대로 멈출 텐데, 그러다 보면 한쪽 다리만 움직일 수 있고,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한쪽이 상대적으로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면 몸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벌레의 몸 구조 특성상 한 번 몸을 뒤집으면 원래대로 돌아오기가 힘듭니다. 즉, 그대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배를 보인 채 죽게 됩니다.
또한, 벌레는 벽이나 천장 등에 붙은 상태에서 이동하기도 합니다. 그런 곳에서 죽는 경우 중력에 의해 땅으로 추락하게 될 텐데, 공기저항이나 무게중심 등의 이유로 등 쪽으로 떨어지기 쉽고, 떨어지면서 땅에 튕겼을 때 몸 구조상 배를 보인 채 죽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살충제 등을 사용하는 경우로 살충제를 벌레에게 분사하면 벌레는 혼비백산하다가 갑자기 몸을 뒤집어 버립니다. 살충제의 작용 방식에는 신경계에 관여하는 살충 작용이 있고,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살충 작용과 생장조절에 관여하는 살충 작용, 기타 살충 작용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에프킬라 등은 신경계에 관여하는 살충제인데, 신경계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들이 일정한 간격(시냅스)을 두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경세포는 크게 수상돌기와 축삭돌기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수상돌기가 다른 신경세포에서 보내는 전기화학 신호를 신경 세포체로 전달하면 세포체에서는 전달된 전기화학적 신호의 세기에 따라 활동전위를 생성하고, 축삭돌기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로 전기화학 신호를 전달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뉴런을 따라 자극과 흥분을 전달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을 막는 방법으로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 다른 억제성 물질을 결합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살충제의 작용기작이고, 벌레는 경련이나 마비 증상을 보이다가 자연스럽게 몸이 뒤집히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