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를 보면 여러 개의 바퀴가 달려있고, 바퀴들은 강판에 둘러싸여 에스컬레이터처럼 구동합니다. 이와 같은 추진방식을 무한궤도라고 하는데, 전차뿐만 아니라 불도저나 굴삭기, 트랙터 등에서도 많이 사용합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왜 굳이 무한궤도로 만들었을까요?
무한궤도 차량의 구성은 복잡합니다. 여기서는 기동륜과 유동륜, 보기륜, 서스펜션 정도만 간략히 알아볼 건데, 먼저 기동륜(Sprocket)은 궤도에 동력을 전달해주는 장치입니다.
톱니 형상으로 되어 있고, 파워팩(엔진+변속기)에서 나오는 동력이 차체 좌·우측에 있는 종감속기로 전달되며 종감속기와 연결된 기동륜이 구동하면서 궤도를 회전시킵니다.
유동륜(Idler)은 동력이 전달되지는 않으며 궤도가 매끄럽게 꺾이도록 도움을 주는 장치입니다
해당 장치에는 궤도장력조절기가 연결되어 있어서 궤도 장력을 적정하게 유지해주는데, 장력이 과다하면 궤도가 파손되고, 과소하면 벗겨집니다.
보기륜(bogie wheel)은 그냥 바퀴라고 생각하면 되고, 동력 전달 없이 자유롭게 구르며 차체의 하중을 지면으로 전달해주는 장치입니다. 무한궤도의 구성을 간략히 알아봤는데, 바퀴로 굴러가는 차륜 차량과 비교했을 때 복잡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무한궤도 차량이 존재하는 이유는 몇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차바퀴 등이 지면에 접할 때의 압력인 접지압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무한궤도 차량을 보면 주로 오프로드(비포장도로)에서 주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차량이 움직이려면 작용 반작용 법칙에 따라 차량의 구동력만큼 지면이 반력을 주어야 합니다.
[10] *마찰계수 : 지면과 바퀴 간의 마찰력이 얼마인지에 관한 계수값
그런데 지면이 발휘할 수 있는 반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스팔트에서는 마찰계수(μ)가 비교적 높아 무거운 차량의 구동력에 대항하는 반력을 줄 수 있으나 자갈길이나 흙길, 눈길 등 비교적 마찰계수가 낮은 노면은 높은 구동력을 감당할 수 없고, 이에 대한 반력을 낼 수 없어 엔진 출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없어서 문제입니다.
그리고 차륜 차량은 접지면적이 작아 접지압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펄 등의 환경에서는 지면이 꺼지면서 기동이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노면 자체가 가지는 전단파괴의 한계가 있습니다. 접지압이 높다는 것은 구동력을 발휘할 때 노면의 국소 부위에 힘이 집중됨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노면을 구성하는 물질이 서로 떨어져 나가면서 구동력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차량을 모래밭에서 주행할 때 헛바퀴를 돌며 주변의 흙만 날리는 이유와 같습니다.
그런데 무한궤도는 접지면적을 넓혀 무게를 분산시켜 접지압을 낮출 수 있어서 노면의 국소부위에 힘이 집중되지 않습니다. 즉, 모래밭에서도 문제없이 기동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험한 길에서 주파하는 능력을 크게 향상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차륜 차량이 통과할 수 있는 수직 장애물의 높이는 바퀴 높이의 절반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1m 높이의 수직 장애물을 통과하려면 바퀴 높이가 최소 2m는 되어야 하는데, 무한궤도 차량은 기동륜 높이 정도까지 통과할 수 있으므로 장애물 통과가 수월합니다.
또한, 도랑처럼 큰 웅덩이가 있을 때도 궤도가 항상 받쳐주고 있어서 차륜 차량에 비해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수직 장애물을 통과할 때 무한궤도 차량은 바퀴의 높이와 크게 상관이 없다고 했는데, 전투 시 적에게 발견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됩니다.
이외에도 공간 활용성 측면에서 차륜 차량보다 유리합니다. 무한궤도 차량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내부 공간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조향 방식에 있어서 차륜 차량과 큰 차이가 있기에 오히려 유리합니다.
차륜 차량은 에커먼 조향 방식(Ackerman-Jantoud tupe)을 사용합니다. 위 그림처럼 핸들을 틀면 조향 바퀴가 좌우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일부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와는 달리 무한궤도 차량은 스키드 조향(Skid Steering) 방식을 사용하는데, 좌·우측 궤도의 이동속도를 다르게 해서 조향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서 전차 운행을 시연 시 제자리 선회(pivot turn)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좌측 궤도는 후진 방향, 우측 궤도는 전진 방향으로 해서 같은 속도로 구동하면 선회반경은 0이 되므로 360도로 회전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와 같은 조향 방식 덕분에 차량 내부에 별다른 장치가 없어도 되므로 공간 활용성 측면에서 무한궤도가 유리합니다. 여기까지 무한궤도 차량이 존재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을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Q. 무한궤도가 좋으면 왜 차량은 차륜으로 만드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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