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에 담긴 음료를 다른 컵으로 옮길 때 컵의 옆면을 따라 흘러서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와 같은 경험은 와인처럼 유리병에 담긴 음료를 컵에 따라 마실 때도 할 수 있습니다. 병을 들어 올릴 때 꼭 음료 한두방울이 입구를 타고 흘러내려 손에 묻거나 바닥에 흘리게 되는데, 이유가 뭘까요?
이 현상은 드리블링(Dribbling)이라고 하고, 이스라엘의 과학자 마커스 라이너(Markus Reiner)가 1956년 찻주전자 효과(Teapot Effect)라고 부르며 처음 연구됐습니다.
위 연속적인 그림을 보면 찻주전자로 물을 따를 때 물의 유량(유체가 단위 시간 동안에 흐르는 양)이 감소하면서 물이 점차 주전자 쪽으로 붙어 흐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이 컵이나 유리병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원인은 2010년 프랑스의 리옹 대학교(University of Lyon) 듀에즈(Cyril Duez)를 비롯한 연구팀이 실험 및 이론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이들 연구팀에 따르면 수력-모세관 효과(hydro-capillary effect) 또는 관성-모세관 메커니즘(inertial-capillary mechanism)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컵이든 유리병이든 주전자든, 음료가 나오는 마지막 끝부분(입 대는 부분)에는 곡률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곡률이 있는 고체 표면 위를 액체가 흐르면서 나올 때 액체 위아래로 압력 차이가 발생합니다.
액체 위가 높은 압력이고, 아래가 낮은 압력인데, 상대적으로 높은 압력을 받은 액체는 흐르는 방향 그대로 쭉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고체 방향으로 힘을 받아 고체 표면 가까이에서 곡면의 곡률을 따라서 흐르게 되고, 이와 같은 현상을 코안다 효과(Coanda effect)라고 합니다.
이후 고체와 액체가 상호작용하면서 젖음성이 커질 경우 액체가 고체 표면에 붙어서 모세관 메니스커스(capillary meniscus)를 형성합니다.
헷갈리는 용어를 먼저 풀이해보면 젖음성은 고체의 표면에 액체가 접촉하여 퍼지기 쉬운 성질로 이해하면 되고, 메니스커스는 모세관 현상에 의해 관 속의 액면이 이루는 곡면을 의미하는데, 액체의 흐름이 있을 때 액체가 기존 흐름보다 고체에 더 달라붙어 흐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이와 같은 이유로 음료를 옮기다가 들어올릴 때 꼭 한두방울을 흘리게 되는 겁니다.
듀에즈를 비롯한 연구팀에 따르면 찻주전자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위 세가지라고 하고, 의외로 유체의 점성과 중력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위 그래프는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로 y축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찻주전자 효과가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래프를 보면 유속(U)이 느릴수록, 젖음성이 증가할수록, 음료가 흐르는 고체 끝부분의 곡률반경이 증가할수록 찻주전자 효과가 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찻주전자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음료를 따른 뒤 빠르게 휙 들어올리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음료가 흐르는 고체 끝부분을 얇게 만들어서 곡률이 크지 않게 만드는 방법도 있는데, 와인에서 이런 역할을 해주는 제품이 와인 푸어러 또는 와인 드롭 스토퍼 등의 제품입니다.
그리고 젖음성을 없애는 방법도 있습니다. 끝부분이 초소수성을 띠도록 발수(표면에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성질)코팅을 하는 방법으로 영상을 보면 코팅한 컵에서는 찻주전자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자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 엔너드 EngN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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