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은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상으로 물리학, 화학, 생리학 또는 의학, 문학, 경제학, 평화 등 6개 부문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운 인물이나 단체에게 수상합니다.
매년 10월쯤 약 일주일의 시간에 걸쳐 수상자들을 발표하는데, 수상 이유까지는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나 상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노벨상 부문을 보면 수학 부문이 있을 법 함에도 없습니다. 왜 없는 걸까요?
항간에 노벨의 부인이 미타그레플레르(Magnus Gösta Mittag-Leffler)라는 수학자와 바람이 나서 그에 대한 원한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일단 노벨은 결혼한 적이 없고, 연인은 있었으나 연인이 바람났다는 근거도 없으므로 사실이 아닌 이야기입니다.
노벨은 1866년 고형 폭약인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큰돈을 벌었습니다. 주로 채광이나 건축 등의 분야에서 쓰였는데, 강력한 파괴력 때문에 전쟁에서도 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노벨이 55세가 되던 때 그의 형인 루드비히 노벨(Ludvig Immanuel Nobel)이 사망하게 됩니다.
이때 프랑스의 한 언론사가 알프레드 노벨의 죽음으로 착각해 부고를 실었는데, 기사의 헤드라인이 “죽음의 상인, 죽다”였습니다. 참고로 이 기사와 관련해 원본 및 사본은 찾을 수 없었고, 이런 이유로 논쟁이 되는 내용이나 정설처럼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자신의 부고를 접한 노벨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지 깨닫게 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 뒤 노벨은 1896년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자기 재산에서 생기는 이자를 이용해 인류의 발전에 공헌한 자에게 주는 상을 제정하도록 유언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의 반대와 평화상 수상의 선정권으로 인한 외교적 논쟁 등으로 바로 진행하지는 못했고, 5년 뒤인 1901년에 첫 수여식을 진행하면서 노벨상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각설하고, 노벨은 과학자이자 공학자였으므로 물리학과 화학에 관심이 많았고, 평생 소화불량과 두통에 시달리는 등 건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생리학이나 의학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시나 연극 대본을 직접 썼을 정도로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오스트리아의 평화운동가 폰 주트너(Bertha von Suttner)와 깊은 친분이 있으며 본인의 발명품이 전쟁에 쓰이는 참혹한 현실을 봤기에 평화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경제는 논외입니다. 노벨 경제학상은 스웨덴 국립은행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상으로 정식 명칭은 위와 같고, 노벨의 유언과는 관련 없습니다. 즉, 노벨상의 수상 부문은 노벨이 생전에 관심을 가졌던 분야들입니다. 노벨 수학상이 없는 이유도 수학이 그의 일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학자들을 위한 상은 없는 걸까요? 대표적으로 4년에 한 번 수상하는 필즈상(Fields Medal)이 있는데, 필즈상은 수상자가 시상식이 있는 해의 1월 1일 기준으로 만 40세 미만이어야 한다는 특이한 수상 조건이 있습니다.
이 조건 때문에 무려 350여년간 풀리지 않았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했던 앤드루 와일스(Sir Andrew John Wiles) 조차도 44세라는 나이 때문에 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세계 수학자 연맹에서 특별 공로상을 수여했다는 이야기가 잘 알려졌습니다.
필즈상이 수학자들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이기에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노벨 수학상에 가까운 상은 아벨상(Abel Prize)입니다. 필즈상과 비교했을 때 역사는 짧으나 매년 수여되고, 연령 제한이 없으며 학자의 평생 업적을 심사하는 등 노벨상과 공통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울프 수학상(The Wolf Prize in Mathematics)과 브레이크스루 수학상(Breakthrough Prize in Mathematics), 천상(Chern Medal), 릴라바티상(Leelavati Prize), 케네스 O. 메이상(Kenneth O. May) 등 매우 다양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의 이론 수학 박사과정생 이성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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