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로 복부 수술을 받고 나면 주제의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에게 계속 방귀를 뀌었는지 물어봅니다. 이유가 뭘까요?
수술을 받기 전 환자에게 전신마취를 하고, 마취할 때 근육 이완제도 투여합니다. 이는 수술 진행 중 환자의 고통을 경감하고, 후유증, 부작용, 출혈량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런데 전신마취를 하면 의식과 감각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장 기관의 활동도 현저히 줄어들어서 장의 연동 운동이 거의 멈춘 장마비 상태가 됩니다.
장마비 상태는 환자가 수술받고 의식을 차린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데, 통상적으로 10~30% 정도의 발생률을 보이고 있고, 위 5개 항목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면 장마비로 진단합니다.
그런데 수술 후 장마비가 왜 발생하는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수술로 인한 교감신경의 자극 때문입니다. 교감신경은 부교감신경과 함께 자율신경을 구성하는데, 자율신경은 대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인지하지 않아도 몸속 장기들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한쪽이 촉진하면 다른 쪽은 억제해 그 효과를 상쇄하는 길항작용의 관계에 있습니다. 교감신경은 주로 긴장, 흥분, 놀람 등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때 작용하는데, 이 상태에서 평상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부교감신경이 신체를 이완시키고 몸이 안정감 있도록 조절해주는 식입니다.
각설하고, 복부 수술 같은 경우는 장을 직접 접촉해야 하므로 교감신경에 자극을 줄 수 있고, 이것이 장마비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염증 때문입니다. 염증반응은 결과적으로 장 신경과 장 근육 사이의 협응을 방해해 장운동을 저하하므로 장마비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수술 전 금식 때문입니다. 수술 전에는 금식하는데, 장 내에 음식물이 없으므로 장운동이 저하되어 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금식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위장 내에 음식물이 남아있을 수 있고, 이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되어 기관 내 삽관을 하면 음식물이 역류해 기관지나 폐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에 걸릴 수 있으니 지시사항을 잘 따라줘야 합니다.
네 번째 이유는 장을 절제하는 경우입니다. 십이지장은 장이 운동하도록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하는데, 장 절제 후 이어 붙이면 향후 전체적으로 수축 빈도가 떨어지므로 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술 마취제에 의한 부작용과 호르몬·신경전달물질의 분비, 수액 치료로 인한 장부종 등 다양한 원인이 장마비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마비 상태에서는 음식을 섭취하면 안 되고, 장운동이 회복됐다는 증거가 방귀이므로 수술 후 환자가 방귀를 뀌었는지 계속 확인하는 겁니다.
아주 간혹 방귀를 뀌지 않았음에도 음식을 먹고 싶어서 거짓말하는 환자가 있다고 하는데, 위험한 행동이므로 절대 그러지 말길 바랍니다. 그런데 방귀 말고 다른 방법으로 확인하면 안 되는 걸까요?
장운동을 평가할 때 쓰이는 기준 중 하나가 장음을 청진하는 겁니다. 문제는 수술 후 장운동의 회복이 소장과 위·대장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청진 시 장운동을 확인한다고 해도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가장 확실한 확인 방법은 대변을 보는 것이나 먹은 것이 없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합리적인 방안으로 방귀를 기준으로 삼은 겁니다.
그런데 방귀가 계속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웬만하면 사흘 이내로 나올 텐데, 정말 방귀가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장이 엉겨 붙었거나 복강 내 고름이 생겼거나 전해질 불균형 등 문제가 생긴 상황일 수 있습니다. 드문 상황이나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외과의사 설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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