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운송 수단의 바퀴에는 타이어가 한 쌍처럼 붙어 있습니다. 일부 기차의 바퀴에도 타이어가 있긴 한데, 강철 레일을 지나는 기차의 바퀴는 타이어 없이 강철로 만든 바퀴만 존재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만약 자동차를 타이어 없이 운행한다면 승차감이 많이 떨어질 것이고, 도로를 파손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하지만 기차를 타보면 가끔 덜컹거리긴 해도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차가 강철로 만든 레일 위에서 운행하기 때문입니다. 강철 바퀴와 강철 레일이 만났을 때는 마찰계수가 작으므로 미끄러지듯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동하면 많은 사람과 짐이 기차에 실려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기차의 바퀴에 타이어를 장착한다면 승차감은 더 좋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타이어에 엄청난 하중이 가해질 것이고, 평소보다 속도가 느려질 겁니다. 그리고 타이어 관리에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겁니다.
무엇보다 현재는 충격흡수 기술이 도입된 에어스프링을 장착하고, 레일 간 이음매를 제거한 장대레일 설치와 고속 선로전환기 설치 등 승차감 저해요인을 제거했기에 고무바퀴를 도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 기차는 타이어 없이 운행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이득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강철 바퀴가 강철 레일에서 미끄러지듯이 이동하면 곡선 레일에서 이탈하거나 위급상황 시 급제동이 힘들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전자의 상황에서는 안전하나 후자의 상황에서는 힘들긴 합니다. 먼저 전자의 상황부터 이야기해보면 기차의 바퀴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중심축의 지름이 작아지는 테이퍼 형태로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이 형태 덕분에 주행 중 좌우로 움직임이 생겨도 복원력이 있어 중심을 잘 잡아줄 수 있어서 안전합니다. 또 곡선 레일에서도 안전한데, 원심력에 의해 차체가 바깥쪽으로 밀리게 되면 테이퍼 형태 덕분에 바깥쪽 바퀴는 지름이 더 큰 안쪽 부분이 닿을 것이고, 반대쪽 바퀴는 지름이 더 작은 부분이 닿을 겁니다. 그러면 지름이 큰 쪽이 작은 쪽보다 더 빠른 속도로 회전하므로 안전하게 곡선 레일을 지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바퀴 안쪽에 플랜지(Flange)라고 살짝 튀어나온 것이 있는데, 레일에서 바퀴가 이탈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런데 원심력이 너무 강하면 플랜지도 효과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또 대비해 바깥쪽 레일을 안쪽 레일보다 약간 높도록 경사를 만들어서 원심력을 상쇄해 탈선을 막아주는데, 이 부분을 캔트(Cant)라고 합니다. 또 곡선 레일에서는 직선 레일보다 궤간의 폭을 넓혀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슬랙(Slack)이라고 합니다.
즉, 기차의 특이한 바퀴 모양과 안전장치들이 존재하므로 직선 레일이든 곡선 레일이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위급상황 시 급제동과 관련해서는 미끄러지듯이 이동하므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차의 제동거리는 속도에 따라 1~3km 정도라고 알려졌고, 바퀴나 레일의 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이런 이유로 기찻길과 도로가 교차하는 건널목에서는 항상 기차가 우선 통행이고, 차량을 발견해도 멈출 수가 없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참고로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는 바퀴와 레일 간의 마찰계수가 더 작아지면서 평소보다 더 미끄러운데, 이때는 마찰계수를 높이기 위해 살사장치가 레일 위에 모래를 뿌리면서 운행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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