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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음식에서는 왜 신맛이 날까?

음식을 잘못된 방법으로 보관하면 부패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음식이 상했다’고 하는데, 부패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눈으로만 봐서 부패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부패한 음식에서는 신맛이 나므로 섭취하기 직전 맛을 볼 때 부패 여부를 어느 정도 판단하고 섭취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맛에 아무 변화가 없었더라면 정말 많은 사람이 식중독 등의 질병으로 크게 고생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상한 음식에서는 신맛이 나는 걸까요? 인류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인 일이나 그 원인이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음식이 상한다는 것은 미생물에 의해 부패가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부패는 유기물이 대사과정 중 산소를 이용하지 않는 혐기성 미생물의 대사작용으로 악취를 내며 분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부패는 발효의 한 형태이고, 부패나 발효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둘의 구분은 미생물의 대사작용 결과에 따라 인간이 원하지 않는 결과로 나오면 부패, 원하는 결과로 나오면 발효로 이해하면 됩니다.

각설하고, 음식을 부패시키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균으로 황색포도상구균이 있습니다. 이러한 세균은 영양분이 풍부하면서 고온다습할 때 대사활동이 활발해지고, 그 결과로 영양분을 분해하면서 신맛을 가진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황색포도상구균의 포도당 대사경로를 보면 위와 같습니다. 포도당이 여러 효소에 분해되는 것이 한눈에 보일 텐데, 이때 여러 가지 산과 알코올(Ethanol)이 만들어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산은 신맛과 향을 내므로 상한 음식에서는 신맛이 납니다.

참고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은 인간에게 해로운 독소(엔테로톡신)를 함께 만들어내므로 어떻게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간혹 균에 뜨거운 열을 가해 제거하면 이용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해 생긴 독소인 엔테로톡신은 100℃ 이상의 온도에서 30분 이상을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으므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식품이 변질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잘 보관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효모와 같이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균을 이용하면 독소 없이 신맛만 가지는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당분이 들어있는 과일이나 곡식, 꿀 등에 효모를 넣어서 발효시켜 술을 만들고, 그 술의 알코올을 발효시켜 산으로 만들면 식초가 됩니다.

그리고 술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막걸리는 효모가 곡물의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만들고 이를 다시 산으로 만들므로 제조일로부터 지난 날짜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발효 기간이 짧으면 단맛이 강하고, 발효 기간이 길면 탄산과 신맛이 강합니다. 물론 온도의 영향도 있으므로 제조일 기준으로 여름에는 2~3일 후, 겨울에는 5~6일 후가 대중적으로 맛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예시로 와인도 오랫동안 보관을 잘 못 하게 되면 신맛이 강하게 납니다. 왜냐하면, 와인에 포함된 알코올이 발효돼 산이 되어 식초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를 와인식초라고 합니다.

이처럼 한 끗 차이인 발효와 부패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원고 : 캘리포니아 대학교 – 산타바바라 캠퍼스 화학공학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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