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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알고 먹으면 왜 효과가 있을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단순히 바라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운데, 특정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입

이와 비슷한 예시로 플라시보 효과(또는 플라세보 효과)가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약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치료를 잘 받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경험하는 생리학적·심리학적 개선 효과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가짜 약을 먹었음에도 병이 낫는 현상으로 하버드 의과대학 테드 캡처크(Ted Kaptchuk)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 가짜 약을 진짜 약이라고 말했을 때와 진짜 약을 가짜 약이라고 말했을 때 약효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반대로 증세가 나빠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무해한 처치를 받았음에도 상태가 나빠지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도 있습니다. 뇌가 속아서 나타나는 플라시보 효과는 가끔 일어나는 신기한 현상이 아니라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그데르 대학(University of Agder)의 콜비욘 린드베리(Kolbjørn Lindberg) 연구팀은 40명의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절반에게는 개인별 특수 훈련을, 절반에게는 일반 훈련을 시킨다고 이야기하고 같은 운동을 시켰습니다. 그 결과 스쾃 기록 증가량이 유의미하게 차이 났다고 합니다.

또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대체의학 요법이 실제 치료 효과를 일으키는 것도 플라시보 효과와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스위스의 마티어스 에거(Matthias Egger) 연구팀은 서양에서 보편적인 대체의학 요법인 동종요법이 플라시보 효과로 인한 것임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뇌가 속아서 기대하는 효과가 실제 나타나는 일이 가능한 이유는 사람의 뇌가 신체의 다양한 기능과 반응을 조절하는 중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신경전달 물질 등을 통해 신체에 다양한 신호를 보내고, 신체의 다양한 반응을 조절합니다. 따라서 뇌가 효과적인 약물 치료를 받았다고 믿으면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증상에 알맞게 상태를 개선하는 도파민이나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 다양한 물질을 분비해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뇌의 작용에 최근 뇌과학자들은 뇌가 단순히 외부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추론하고 예측한다는 예측 부호화(Predictive coding) 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뇌가 감각 신호를 받아들이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신호가 왜 발생했는지 능동적으로 추론해서 그 예측을 실제 감각과 비교합니다.

이 과정에서 비교 결과가 어긋나면 뇌는 세계에 대한 모델과 신념을 업데이트하는 등 내부 모델을 재조정한다는 이론인데, 관련해서 가장 좋은 예시가 착시 현상입니다.

착시 현상을 겪는 이유는 뇌가 감각 정보를 능동적으로 추론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몇 년 전 이슈가 됐던 드레스 색깔 논쟁도 뇌가 단순히 주어진 색깔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뇌의 시각계가 각자 다르게 옷의 색깔을 추론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이처럼 특정 신념을 받아들이면 뇌는 세상을 정말로 그렇게 인지하고, 다른 신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플라시보 효과도 넓게 보면 착시 현상의 일종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환자가 스스로 치료될 것으로 믿는다면 뇌는 통증과 같은 감각이 덜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그 기대를 맞추기 위해 진통 효과가 있는 엔도르핀을 분비하는 등의 작용을 무의식적으로 수행합니다.

이후 통증 감각이 기대했던 대로 줄어들면 그 기대가 다시금 강화되어서 더욱 강한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나는 식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증상을 호전시켜서 생존에 유리한 작용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플라시보 효과가 잘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뵈른 호링(Björn Horing) 연구팀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거나 효과에 대한 의심이 덜 할수록 효과가 잘 나타났다고 합니다.

반면에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노시보 효과를 겪을 확률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의학적 기반이 마련된 치료를 받는다면 더 나은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는 의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적용되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살면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바라는 것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도 대부분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고, 나타나는 효과도 실제 약을 먹는 것보다 약하기 때문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미시간대학교 의식과학센터에서 의식과학 분야를 연구 중인 장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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