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을 두고 우승자를 가리는 활동은 주변에서 정말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금 지급은 법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지만,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상황은 불법적인 요소가 매우 많기에 받은 상금을 사용해도 문제없을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오징어 게임>은 456명의 참가자가 456억 원의 상금을 두고 한 명이 남을 때까지 다양한 게임을 진행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드라마입니다.
드라마에서 법적으로 문제 되는 부분은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살인과 살인미수, 폭행, 강요, 협박, 공갈 등 각종 범죄가 자행됐을뿐더러 진행되는 게임 중 일부는 불법 도박 요소가 명확하게 있다는 점입니다.
게임에서 우승하기 위해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그 대가로 받은 보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범죄수익으로 규정하여 몰수·추징할 수 있습니다.
또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패에 의해 그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사행 산업은 아래의 7가지뿐이고, 그 외는 불법 도박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단순 도박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적용되지 않아 일반 형법상 몰수·추징의 대상입니다.
그러면 <오징어 게임>에서 우승자가 받은 상금은 몰수·추징 당하는 걸까요? 이는 내부의 불법적인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는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불법적인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상금이 우승자에게 지급됐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오징어 게임>에서 상금을 지급할 때 현금이 아닌 우승자 명의의 카드에 돈을 넣어서 주었기에 해당 금액은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상금은 소득세법에 따라 일반 기타소득에 해당하고, 세금을 미리 징수해 납부하는 제도인 원천징수에 따라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 등 총 22%를 납부해야 합니다. 계산해보면 100억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기타소득에도 그 소득을 얻기 위해 들어간 잡다한 비용인 경비처리를 인정해 주기도 합니다. 보통 다수가 순위 경쟁하는 대회에서 입상자가 받는 상금 및 부상에 대해서는 상금의 80%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데, 국세청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를 참가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오징어 게임>은 초대받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경비처리 없이 22%의 세금을 온전히 납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타소득은 종합소득에도 포함됩니다.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면 종합소득세는 10억 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서 45%의 세율이 부과되고, 누적된 공제 금액 약 6,600만 원이 제외되므로 456억의 45%인 약 204억 5,000만 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또 이것의 10%를 지방소득세로 내야 하므로 종합소득세는 약 225억 원이 됩니다.
원천징수로 100억 원 정도가 미리 납부됐으므로 상금을 받은 다음 해 종합소득세 납부 기간에 125억 원을 추가로 납부하면 됩니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우승 후 상금을 확인할 때 456억 원이 그대로 있던 것으로 보아 지급자가 원천징수하지 않았거나 원친징수하고 지급한 금액이 456억 원일 수 있습니다.
또 이후 계좌 잔액에 대해서는 등장하지 않기에 실제 우승자가 세금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상황으로 내부의 범죄 사실이 외부에 공개됐을 때가 있는데,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해당 상금에 대한 몰수·추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상금을 얻기 위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로 인해 받은 보수인 상금은 범죄수익은닉규제에 따라 몰수·추징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중대한 범죄라 함은 아래와 같고, 살인이나 살인미수는 당연히 해당되며, 상해, 협박, 강요도 해당되므로 <오징어 게임> 속 대부분 상황이 중대범죄에 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다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승자의 계좌로 고액의 상금이 입금됐을 때 국세청에서 이를 인지하고 자금 출처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금액이라고 판단하면 검찰에 고발하여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데, 워낙 고액이기에 둘러대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형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중대범죄 사실은 밝히지 않고,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순 도박 혐의만 시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단순 도박죄는 범죄수익은닉규제에 따른 몰수·추징 대상이 아니라 일반 형법상 몰수·추징 대상이라고 했는데, 적용 범위나 자금 추적 및 회수하는 방식에서 범죄수익은닉규제가 훨씬 엄격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말은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개념일 수 있는데, 일반 형법상 몰수·추징 대상이 되는 경우 상금을 현금으로 지급받아야 몰수·추징 대상이 되고, 계좌이체로 받은 경우는 몰수·추징 대상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 형법상 몰수·추징의 대상은 유형의 물건만 해당하는데, 계좌로 입금된 돈은 유형의 물건이 아닌 예금채권으로 본다는 판례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에 반해 범죄수익은닉규제에 따른 몰수·추징은 유형적 물건뿐만 아니라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무형재산도 포함시켜서 예금채권 등도 모두 몰수·추징의 대상이 됩니다.
관련해서 <오징어 게임>에서는 상금을 우승자 명의의 카드로 지급하긴 했으나 카드에 현금으로 입금했는지 계좌이체로 입금했는지 명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남의 카드에 456억 원을 현금으로 입금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고, 계좌이체로 상금을 지급한 것이라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몰수·추징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적용시켜야 몰수·추징이 수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안전한 상금 사용 방법은 현금으로 받고, 상당한 기간 동안 조금씩 나눠 쓰는 걸텐데, 범죄수익금 환수율이 약 3%에 불과한 이유가 이렇게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법률사무소 온유의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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