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게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과 거의 같은 모습으로 존재했다고 해서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립니다. 투구게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아는 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고, 생물학적으로도 게 보다는 거미나 전갈 등에 가깝습니다. 근데 우리 인간이 왜 이런 투구게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걸까요?
왜냐하면, 인간이 투구게의 피를 강제로 뽑아서 인간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투구게의 피는 백신 테스트나 신약 개발에서 약물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투구게의 피는 박테리아에 노출되면 응고하면서 젤리 같은 혈전을 만듭니다. 우리는 이 반응을 통해 약물의 오염 여부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근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투구게는 항체가 없는 대신에 해로운 물질이 침입하면 피를 응고시키는 독특한 면역 반응을 보입니다. 정확히는 투구게의 피에 있는 투구게 아메바 세포 용해질(LAL, Limulus Amebocyte Lysate)이라는 단백질이 이와 같은 기능을 합니다.
이 반응을 이용하면 안전한 상태임을 보장받을 수 있으므로 우리는 투구게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근데 투구게의 피를 어떻게 얻는 걸까요? 투구게를 죽여서 피를 얻는 건 아니고, 살아있는 상태에서 피를 뽑습니다. 1~3일에 걸쳐 전체 혈액량의 30% 정도를 뽑고, 뽑은 뒤에는 다시 풀어줍니다.
피는 1년에 한 번을 채취하고, 매년 40~50만 마리의 투구게로부터 피를 뽑습니다. 말로는 생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뽑는다고 하는데, 투구게 10마리 중 1마리가 피를 뽑히다가 죽고, 3마리는 풀어준 뒤에 죽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투구게를 잡는 시기가 산란을 위해서 해안에 올라오는 시기라서 피를 뽑은 다음에 풀어주면 번식이 어려우므로 장기적으로는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줍니다. 즉, 인간을 위해서 투구게가 희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물질(LAL)을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으나 워낙 정교해서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투구게가 아닌 다른 생물체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설치류나 어류, 토끼 등을 이용해서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투구게의 피를 이용한 검사법이 적용되지 않을 때는 위의 생물체를 이용하는데, 문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추가로 투구게의 피는 파란색인데, 이는 혈액에 헤모글로빈(Hemoglobin) 대신에 헤모시아닌(Hemocyanin)이 있기 때문입니다.
헤모시아닌의 구리 성분이 산소와 결합해서 파란색이 됩니다. 물론 헤모글로빈이 산소 운반 능력은 뛰어나나 특수한 환경에서 변동성 없이 사용하기에는 헤모시아닌이 유리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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