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과 밭이 있는 외곽 지역을 지날 때 마시멜로와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무언가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널브러진 거대 마시멜로는 딱히 쓰임새가 있어 보이지는 않고, 누군가가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모아서 버려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근데 쓰레기치고는 너무 크고, 모양이 일정하며 지나가는 논밭마다 볼 수 있어서 정체가 의아합니다.
이것의 정식 명칭은 ‘볏짚 원형 곤포 사일리지’입니다. 곤포 사일리지를 가까이에서 보면 비닐에 둘러 싸여있고, 비닐을 뜯어 보면 볏짚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볏짚은 소의 먹이로 이용합니다.
만드는 과정부터 알아보면 추수 후 1~2일 이내에 수분 함량이 60~70% 정도의 볏짚을 트랙터를 이용해 집초합니다. 이때 원형 곤포기를 이용해 모은 볏짚에 압력을 가해 원통형으로 만들어주면(답압 과정) 논밭에서 볼 수 있던 마시멜로의 형태를 갖춘 볏짚 덩어리가 만들어집니다.
다음으로 비닐로 랩핑해주고, 발효액을 뿌려서 45일에서 60일간 발효시킨 뒤 소의 먹이로 이용합니다. (* 곤포 사일리지를 6개월 이하로 단기간 보관할 때는 4겹으로 감아주고, 6개월 이상 장기간 보관할 때는 6겹 이상으로 감아준다고 합니다.)
농가에서 곤포 사일리지를 만드는 이유는 기계화가 쉬워서 대량으로 만들 수 있고, 사료값도 절약할 수 있고,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작물 저장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단백질과 섬유질, 젖산균이 많아서 소의 먹이로 좋습니다.
논 면적 0.04ha(약 121평)당 곤포 사일리지 1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름은 1~1.5m 정도이고, 무게는 약 300~600kg 정도로 보통 500kg 정도의 곤포 사일리지 가격은 4~6만 원 정도입니다. 소를 키우지 않는 농가에서는 추수 후 남은 볏짚을 축산업자에게 팔아서 부가수익을 챙길 수 있으므로 대부분 농가에서 곤포 사일리지를 만듭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곤포 사일리지는 흰색의 비닐로 랩핑된 경우가 많은데, 검은색이나 초록색으로 랩핑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 색상 차이만 있을 뿐이고, 품질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원래 건초를 묶은 건초 더미를 사용했습니다. 근데 1997년부터 정부에서 보급 사업을 시작하면서 2003년부터 곤포 사일리지 작물 포장법을 따랐습니다.
곤포 사일리지 작물 포장법은 단점도 많습니다. 장비의 비용이 비싸고, 압축 과정에서 흙이 들어가면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용하고 남은 곤포 사일리지의 비닐은 처분이 번거로워서 쌓아놓고 있는데, 그대로 버려진다면 환경오염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볏짚을 모두 거둬들이면 토양 중의 유기물과 규산 함량이 부족해집니다. 그러면 토양의 비옥도가 떨어지고, 해당 농지에서 자란 작물의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집초한 다음 해에는 볏짚을 퇴비로 이용하는 것이 토양에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볏짚을 모두 거둬들이면 겨울 철새들이 먹을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