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가진 게 많아서 잃어도 남들보다 그럭저럭 잘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 건데, 이와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라는 말도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보통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1세대가 힘든 일을 해서 재산을 모으고, 2세대가 좋은 교육을 받아 그 재산을 불리면 3세대가 탕진한다는 논리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문제 때문이 아니라 ‘상속세 때문에’ 부자가 3대를 못 간다라는 말이 많이 보입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기는데, 엄살을 부리는 걸까요, 아니면 사실일까요?
우선 우리나라의 상속세 구조부터 보면 금액이 높아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로 되어 있습니다. 최고세율이 무려 50%로 일본에 이어 OECD 국가 중에서는 두 번째로 높습니다.

더군다나 부과 방식도 상속인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받은 만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고, 유산세는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인데, 한국은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억 원을 2명이 상속받았을 때 유산세 방식을 적용하면 50억 원이 기준이 되고,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이등분한 25억 원이 기준이 됩니다. 금액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받으므로 상속인에게 매우 불리합니다.

유산세 방식으로 상속세를 걷는 나라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네 곳뿐입니다. 그런데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배우자 상속분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미국은 부모 1인당 1,399만 달러(*2025년 기준, 공제 한도는 매년 물가를 반영해 조정됨)까지 공제해 주므로 이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상속세는 높은 세율과 낮은 공제 수준, 상속인에게 불리한 부과 방식 등으로 인해 과중한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 중의 부자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 오너 일가가 3대에 걸쳐 상속하는 경우 어떻게 될까요? 이들이 상속하는 건 단순한 절세 전략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자산과 경영권입니다.
과거에는 기업 계열사들이 서로의 주식을 보유하는 순환출자 방식을 이용해 소수 지분으로 실제보다 큰 지배력을 행사하여 그룹 전반을 지배하는 구조를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7월부터 이 방식이 금지되면서 대부분 대기업은 순환출자 방식을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의 핵심 지분을 소유하여 그 아래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식으로 경영권을 승계받고 있습니다.

소수 지분이라고 세금도 지주회사 소유분에 관한 것만 내면 되므로 나름의 절세 효과도 있는데, 이렇다고 하더라도 가진 재산이 너무 많기에 상속세도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 오너 일가는 이건희 회장 사망 후 약 12조 원의 상속세를, 넥슨 오너 일가는 창업주 사망 후 약 5조 3천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습니다.

그들이 상속세를 많이 내는 게 우리랑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상식적으로 자신이 일군 자산을 나라에 절반 가까이 내는 건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방법을 찾고자 할 텐데, 상속세가 없거나 적은 나라로 이주하는 방법이 있고, 불법이지만 일부러 주가를 낮춘 다음 낮은 평가액의 주식을 편법 증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세수 감소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 동력과 투자 여건을 악화시키며, 실업률을 높이는 등 경제에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낸다고 하더라도 거액의 상속세를 한 번에 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가진 주식 등의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외의 사모펀드 등이 주식을 매수하여 경영권이 넘어가면 해외 기업으로 탈바꿈될 수도 있고, 국내 가구 업계 1위와 밀폐용기 1위 기업이 그렇게 매각된 것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참고로 넥슨 창업주의 유가족은 약 6조 원 규모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주회사 NXC의 지분 29.3%(주식 85만1968주)를 현금 대신 납부하면서 정부가 2대 주주가 됐습니다.
이처럼 세대가 바뀔 때마다 국외 자본에 팔리거나 국영 기업이 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관련해서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최대 7조 원의 상속세가 예상돼 사실상 기업 승계를 포기하는 말을 했으며, 향후 국영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영 기업이 되면 경제적 판단보다는 정치나 정책적 논리에 좌우될 수 있기에 경쟁력 있는 우수한 기업은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 전체의 경쟁력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겁니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스웨덴은 2004년 증여세와 상속세를 폐지했습니다. 당시 조사 결과 부유층보다 오히려 애매한 중산층과 서민들이 상속세로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상속세를 내는 대상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약 1만 명에서 2024년 약 2만 명으로 4년 만에 무려 두 배나 증가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17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현재 중위가격이 1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보통 배우자 상속공제(최소 5억 원~최대 30억 원)와 일괄공제(5억 원)가 대부분 적용되므로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사람은 상속 재산 10억 원까지는 공제되나 넘는 금액부터는 과세 대상이므로 꽤 많은 사람이 납부 대상입니다.
만약 20억 원의 아파트를 배우자와 자녀 2명 등 총 3명에게 상속한다면 배우자 공제로 3/7(42.9%)에 해당하는 8.57억 원이 공제되고, 일괄공제로 5억 원이 공제되어 총 13.5억 원이 공제됩니다.

따라서 6.5억 원이 과세 대상이고, 30% 세율에 누진공제 6천만 원이므로 1억 3천만 원을 상속세로 납부해야 합니다. 재벌가와 비교하면 약소한 금액이지만, 실제 타격은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 됐든 상속세를 내도 부자는 여전히 부자겠지만,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우는 경영권을 잃은 돈 많은 부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법률사무소 온유의 이철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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