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에 따라 출산 나이도 과거에 비해 늦어지고 있습니다. 언제 하든 개인의 자유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식 능력이 점차 떨어지므로 너무 늦은 나이에 출산 계획을 잡으면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여성은 노화에 따른 생식 능력 저하가 남성보다 빠른 편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30대 중반부터 난임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하므로 미래를 대비해 난자를 냉동 보존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와 비교했을 때 정자는 냉동 보존을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남성은 늦은 나이더라도 정자를 계속 생산하므로 늙어도 가임 능력이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인데, 틀린 말은 아니나 노화에 따른 정자의 농도와 운동성 감소, DNA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 난임의 30~40%는 원인이 남성에게 있다고 하므로 이를 대비해서 젊을 때 정자를 냉동 보존하는 남성들이 있고, 항암 치료나 고환 손상의 가능성이 있는 격한 운동을 하는 남성들도 보험 차원에서 냉동 보존하는 편입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젊은 나이에 출산하면 좋겠으나 늦어진다면 최대한 빨리 정자와 난자를 냉동 보존하는 것이 좋아 보이는데, 채취할 수만 있다면 집 냉장고에서도 가능할까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정자와 난자를 어떻게 채취하고, 냉동 보존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정자는 비교적(?) 채취가 쉬워 집에서도 가능하고, 병원에서도 보통 자가 채취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난자는 여러 의학적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집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매달 1개의 난자를 배란하는데, 인공 수정을 시도할 때 실패 확률이 있어 수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난자가 필요합니다.
이때 매달 난자를 1개씩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난포자극호르몬(FSH) 주사를 생리 시작 2~3일 뒤부터 8일에서 12일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놓아주어 난자를 가지고 있는 작은 포낭(난포)을 자극해 성장을 유도한 뒤 과배란하도록 합니다. 이후 주사 투여가 종료되면 이틀 뒤에 과배란 된 난자를 한꺼번에 채취합니다.
정자든 난자든 이렇게 채취한 다음에 세포질 내의 수분을 제거하는데, 그냥 냉동시키면 세포질 내에서 얼음 결정을 형성하여 세포막이나 세포 소기관에 손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동결 보존제를 첨가해주는데, 생리식염수에 동결 보존제를 섞은 뒤 세포를 넣어주면 세포질 내의 수분이 삼투압에 의해 빠져나오면서 일시적으로 수축합니다.
이후 수 분 내로 동결 보존제가 세포질 내로 들어오면서 세포 크기가 회복됩니다. 세포질 내 수분을 동결 보존제로 교체하는 이유는 동결 보존제가 물보다 어는점이 낮고, 점성이 높아서 냉동 시 얼음 결정이 잘 형성되지 않아 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동결 보존제의 종류에 따라 독성, 침투 속도, 냉동 방식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유사합니다.
그다음 냉동 보존 과정으로 넘어가는데, 정자는 세포질 내에 존재하는 소기관 수가 다른 세포보다 적어 구조가 간단하고, DNA가 프로타민 단백질로 치밀하게 포장되어 있어 구조적으로 튼튼해 상대적으로 냉동 손상에 덜 민감한 편입니다.
그래서 얼음 결정이 최대한 형성되지 않도록 분당 영하 0.5~10℃의 속도로 영하 80℃까지 냉각한 뒤 영하 196℃에서 장기 보관하면 되고, 해동할 때는 반대의 과정으로 하면 되며, 생존율은 50~90%입니다.
그런데 난자는 세포 중 가장 커서 수분도 많습니다. 또 배란 직전의 난자는 세포 분열이 진행되면서 핵막이 사라진 상태라 세포질 내에 염색체들이 노출되어 있어 얼음 결정이 형성되면 쉽게 손상됩니다.
과거에는 난자도 정자의 냉동 보존 방식을 따랐으나 그렇게 하면 손상이 쉽게 발생해 생존율이 40~60%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많이 활용되는 방법은 유리화 난자 동결법(Vitrification)으로 반쯤 언 상태인 슬러시 질소(Slush nitrogen)를 사용해 탱크 온도를 영하 210℃까지 낮추고, 동결 보존액이 난자 내부에 빠르게 침투한 상태에서 급속 냉동시켜줍니다. 이 과정에서 얼음 결정 없이 유리화 상태로 굳게 되고, 나중에 해동시켜도 생존율이 80~90%로 매우 높습니다.
보다시피 냉동과 해동 과정에서 세포 손상이 없어야 하므로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니 시도하지 말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도움 : 목동 서울리더스비뇨의학과 윤지환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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