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탄생 이후 노화의 과정을 거친 뒤 죽음을 맞이합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걸리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제각각인데,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노화 속도가 느려지면서 기대수명이 매년 늘고 있습니다.
유엔(UN)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73.3세였는데, 1995년보다 8.4세 증가한 겁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언젠가는 노화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넘어 다시 젊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화세포의 역분화 및 재프로그래밍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장 마르크 르메트르(Jean-Marc Lemaitre) 박사의 저서 『노화 해방』에 소개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왜 늙는 걸까요? 많은 사람이 유전의 영향을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유전보다는 환경이나 식습관, 스트레스 등 생활 습관에 따라 유전자의 작동 방식이 바뀌는 후성유전적 변화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1870년에서 1910년 사이에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와 일란성 쌍둥이 약 2만 명의 수명 차이를 비교한 실험이 있습니다. 결과만 보면 유전자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력은 25~30%에 불과하며, 70~75%는 환경과 생활 습관 등 후성유전적 요인에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신 연구에서는 후성유전적 요인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고, 유전자의 순수 영향력은 7% 이하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노화는 유전, 후성유전적 변화, 세포 재생 능력 감소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과정입니다.
원인과 결과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노화의 본질을 설명하기에 어려움이 있는데, 여러 과학자가 오랜 연구를 통해 노화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12가지 주요 특성을 정리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특성들은 노화가 진행될수록 점차 뒤엉킨 채 상호작용하므로 연구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과학자들이 이 복잡한 과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노화의 속도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르메트르 박사의 연구는 노화 세포의 역분화와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노화의 여러 특성 중 일부를 되돌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간은 ‘다시 젊어지는 것’이 가능할까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노화를 시간처럼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은 절대 같은 속도로 늙지 않습니다. 이 비밀을 밝히기 위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하고, 관찰하며 방법을 탐구해 왔습니다.
먼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직원이자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인 스콧(Scott Kelly)과 마크(Mark Kelly)를 대상으로 우주 실험을 진행합니다.
실험의 목적은 약 1년 동안(2015년 3월 27일~2016년 3월 1일) 한 명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한 명은 지구에서 근무하도록 한 뒤 생리적, 인지적, 면역적, 유전적 변화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만 이야기해 보면 우주의 특수한 환경은 신체 구성 변화, 인지 능력과 시력의 저하, 장내 미생물 구성과 유전자의 변화 등 신체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이런 변화를 종합적으로 확인해보니 스콧이 우주에서 1년을 보낸 동안 지구에서 20년을 더 산 것과 같은 상태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는 다른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구에서 쉬는 동안 신체에 발생한 변화들이 점차 회복되어 6개월 후에는 적절한 관리 아래 생리 지표 대부분이 원래 수준을 되찾았다는 겁니다. 이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노화를 되돌려서 젊어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2007년 일본의 의학자 야마나카 신야(Yamanaka Shinya)의 연구팀에서 성인의 피부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것에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면 수정란이 됩니다. 수정란은 세포분열(난할)을 거쳐 포배가 된 뒤 자궁 내막에 착상하고, 배아로 발달합니다. 수정란이 배아가 되면 줄기세포가 만들어지는데, 특정 세포로 분화되기 전의 상태이고,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미 분화된 성인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서 배아 세포처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게끔 만들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입니다. 그러니까 이 세포의 탄생으로 성인 세포도 다시 초기 상태의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게 된 겁니다.
해당 논문이 발표되고 3년 뒤 여러 과학 학술지에서 노화 세포의 재프로그래밍은 불가능하다는 논문들이 잇달아 나오며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르메트르 박사가 포함된 연구팀이 100세를 넘긴 고령자와 같은 실험 참가자들의 노화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이 연구는 아직 세포 수준에서만 성공한 것이며, 인간 전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문제, 윤리적 쟁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세포를 젊게 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은 노화 해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앞으로도 남은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간다면 언젠가는 노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노화를 늦추는 저속 노화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며, 이와 관련해 과학이 밝혀낸 정보들이 존재합니다.
먼저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합니다. 과식을 피하며, 특히 지중해식 식단처럼 채소, 과일, 생선, 견과류, 올리브오일 등을 자주 먹고, 이 중에서도 항산화·항염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더 챙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사회적 교류도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실 이러한 방법들은 누구나 알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실제 실천하는 사람은 몇 없는 것으로 보았을 때 노화는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피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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