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총격전을 접할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주로 영화에서나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데, 주인공이 다수와 총격전을 벌이는 와중에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을 방패로 활용하면서 도주하거나 반격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실제 총격전 상황에서 사람의 몸은 총알을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여러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으나 좋은 선택은 아닐 것으로 판단됩니다.
해당 궁금증과 관련해 인체 근육 조직의 밀도와 점성이 비슷해 탄도 성능시험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10% 농도의 젤라틴을 활용한 실험 영상과 논문이 다수 존재하는데, 참고해서 어떤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지 알아보겠습니다.
국제학술지 ‘포렌직 사이언스 인터내셔널’에 9mm HP탄을 15m 거리에서 탄도 젤라틴 블록에 발사했을 때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을 분석한 논문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HP탄(Hollow Point bullet)은 관통력보다 생체 조직 내부를 헤집기 위한 목적의 탄환인데, 논문에 따르면 발사된 탄환은 초당 340m의 속도로 날아가 젤라틴에 접촉한 뒤 깊게 침투하면서 불안정해진 후 회전이 발생합니다.
내부에서 회전하는 탄환의 강력한 운동에너지는 주변 조직에 전달되고, 이에 따라 압력파와 충격파가 발생하여 급격히 팽창하는 ‘일시적 공동(Temporary cavity)’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일시적 공동은 수축하면서 탄환의 이동 경로를 따라 ‘영구적 공동(Permanent cavity)’이라는 회복되지 않는 구멍을 만들고, 이후 탄환은 젤라틴을 관통하여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논문에서는 관통력이 FMJ(Full Metal Jacket)탄에 비해 낮다고 평가되는 HP탄을 사용했고,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연출되는 총격전 상황보다 먼 거리에서 발사했음에도 탄환이 젤라틴을 관통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실험에서는 뼈와 같은 단단한 조직을 활용한 모형 실험은 없었는데, 뼈 구조와 장기, 혈액, 지방 및 근육 조직 등을 모사하여 실험한 다른 영상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를 정리해 보면 관통력이 좋은 FMJ탄은 구조물을 쉽게 관통했지만 HP탄은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HP탄은 척추뼈를 골절시키거나 산산조각 내는 등의 심각한 손상을 입혔으나 관통은 확인되지 않았고, 강화된 HP탄을 사용했을 때는 쉽게 관통하는 것이 관찰됐습니다.
변수는 발사 거리가 3~5m로 짧아 보여서 거리가 달라지거나 발사 각도가 달라진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실제 사고 사례가 존재합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뉴욕 경찰에게 9mm FMJ탄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HP탄은 표적에 맞았을 때 내부 팽창을 유도해 과도한 상해와 고통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1899년 헤이그 협약과 1977년 제네바 협약 제1 추가 의정서에서 인도주의적 이유로 사용이 금지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FMJ탄은 관통력이 좋아서 흉악범에게 쐈을 때 맞고 관통하여 그 뒤에 있는 무고한 시민을 다치게 하는 사례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P탄을 지급하도록 바꾸었다고 하는데, HP탄도 충분히 강력한 운동에너지를 지니고 있으므로 변수에 따라 인체를 관통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몸으로 총알을 막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권총탄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소총탄 또는 그보다 강력한 탄환을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탄환의 파괴력은 벽돌도 뚫을 수 있기에 이때는 정말 불가능한 일이 됩니다.
이처럼 표적과의 거리, 탄환의 종류, 발사 각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영화 속 총격전 상황은 대부분 거리가 가깝고, 권총이 아닌 총기들이 등장하므로 사람의 몸을 방패로 활용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최종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다른 지형지물을 이용하면 어떨까요? 영화에서 또 많이 연출되는 장면이 탁자를 뒤집거나 바 카운터 뒤로 넘어가서 탄환을 막는 장면입니다.
이와 관련해 나무로 된 문이나 가구, 벽 등의 구조물에 권총탄을 쐈을 때 얼마나 방탄 효과가 있는지 연구한 논문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위 세 가지의 FMJ탄을 사용했는데, 결과만 보면 가볍고 목질이 연한 전나무(Fir) 등의 연질목은 두께가 5cm든 10cm든 모두 관통됐고, 관통한 탄환은 그 뒤에 있는 20% 농도의 탄도 젤라틴에도 깊게 침투했습니다.
반면에 무겁고 목질이 단단한 참나무(Oak) 등의 경질목은 5cm 두께에서는 일부 관통됐으나 10cm 두께에서는 세 가지 탄환 모두 관통하지 못해 우수한 방호 성능을 보였습니다.
10cm 이상의 두껍고 단단한 참나무 같은 경질목으로 만든 탁자나 바 카운터라면 방호 기능을 일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연질목으로 만들었다면 위험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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