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빈 공간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손을 허공에 휘저었을 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으나 사실 공기가 존재합니다. 지구의 빈 공간은 이런 공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지구 밖의 공간인 우주에는 공기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광활한 우주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요?

이 궁금증을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황호성 교수님의 저서 『천문학이라는 위로』에 나온 일부 내용을 통해 해결해 보고자 합니다.

우주에는 별이나 은하, 행성, 인공위성 등이 존재합니다. 우주를 100%라고 했을 때 이런 것들이 우주 전체 질량 또는 에너지의 고작 5%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95%의 정체가 우리가 알고자 하는 존재인데, 천문학자들이 열심히 찾아보니 우주 전체 질량 또는 에너지의 25%를 암흑물질이라는 것이, 70%를 암흑에너지라는 것이 차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아래와 같이 정의가 모호합니다. 그런데도 과학자들이 이들의 존재를 확신하는 이유는 여러 관측에서 나타나는 증거들 때문입니다.

먼저 암흑물질에 대한 존재 증명을 위해 여러 그래프를 살펴볼 건데, 아래 그래프는 사람이 회전목마를 타고 있을 때 목마가 중심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있고, 각각의 목마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보통 회전목마는 원판 전체가 바닥에 고정되어 돌기 때문에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상관없이 같은 시간에 한 바퀴를 돕니다. 따라서 멀리 있을수록 빨리 돌고, 그걸 그래프로 표현한 겁니다.

다음 그래프는 태양계의 행성들이 태양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각각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보면 행성들은 태양과 가까울수록 빨리 도는데, 행성들이 회전목마처럼 원판에 붙어 있는 게 아님에도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건 태양의 중력이 매우 강력해 잡아 돌리기 때문입니다.

다음 그래프는 우리은하에 속한 별들이 은하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각각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앞서 봤던 그래프와는 다른 양상이 관측되는데, 내 눈에 보이는 물질의 양과 중력 법칙을 이용해 각각의 별들이 도는 속도를 예측해 보면 멀리 있을수록 속도가 줄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바깥쪽 별들은 여전히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다른 나선은하를 관측해 봐도 비슷한 양상의 그래프들이 관측됐습니다.

즉, 은하 전체에 걸쳐 눈에 보이는 질량 말고도 보이지 않는 질량이 존재해서 별들을 더 빨리 돌게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 물질의 정체가 암흑물질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외에도 은하단의 움직임이나 중력렌즈 효과 같은 암흑물질에 대한 다양한 증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펴본 은하 회전 곡선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방법이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그렇다면 암흑물질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두 가지 후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윔프라는 가상의 입자입니다. 가상의 입자이지만, 극히 희귀한 확률로 물질과 부딪혀서 아주 작은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이론적 예측이 있어서 지하 깊은 곳에 초민감한 검출기를 설치해 윔프가 아주 드물게 남기는 흔적을 찾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액시온(Axion)이라는 극도로 가볍고 작은 입자입니다. 원래는 양자역학의 퍼즐을 풀기 위해 제안된 가설 입자였으나 암흑물질의 성질과 잘 맞아떨어져서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액시온은 전자기장과 아주 미세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예측되어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찾아내려는 실험이 전 세계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암흑물질의 존재는 확실하나 그 정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만약 암흑물질의 정체를 알아낸다면 노벨상을 탈 만큼 아주 중요한 발견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암흑에너지의 존재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과학자들은 1998년 먼 거리에 있는 초신성을 관측하면서 우주가 단순히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 당시에는 우주에 중력 말고 다른 힘이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중력이 작용하면 우주의 팽창 속도는 점점 느려져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점점 빨라지고 있어서 중력이 아닌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추론했고, 그 원인이 되는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불렀습니다.

이게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증명하는 건 아니나 해당 개념 없이는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어서 존재한다고 받아들이고 있고, 과학자들은 이 정체불명의 힘을 이해하기 위해 더 정밀한 초신성 관측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같은 방법을 통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우주를 채우고 있는 95%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해 봤는데,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정체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도서 '천문학이라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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