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면 생리 주기가 정말 같아질까?

월경(생리)은 가임기 여성의 난소에서 만든 난자가 수정되지 않았을 때 혈액과 분비물, 난자 등과 함께 배출되는 신체 현상으로 약 28일을 주기로 4~7일간 지속하는 현상입니다. 이 4~7일간의 시기가 가까운 지인끼리 같아진다는 게 월경 주기 동기화로 인터넷을 찾아보면 많은 여성이 공감하는 내용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생리 주기

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것은 주제를 뒷받침해주는 방증이나 단순히 경험만을 통해서 주제의 현상을 주장하기에는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권위 있는 과학 저널 잡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2쪽짜리의 논문이 있습니다.

해당 논문은 1971년 1월 22일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대학원생인 마샤 맥클린톤(Martha McClintock)이 단독 저자로 발표했는데, 당시 23살의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네이처에서 소개할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생리 주기 1

맥클린톤은 여자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는 학생들의 월경주기가 같아지는 현상을 확인했고, 현상의 원인이 페로몬(Pheromone)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합니다.

페로몬은 1959년 스위스의 곤충학자 마틴 루셔(Martin Luscher)와 독일의 화학자 피터 칼슨(Peter Karlson)에 의해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같은 종의 동물끼리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체외 분비성 물질의 화학적 신호가 존재한다는 내용입니다.

위와 같은 주장을 하게 된 실험 과정을 살펴보면 맥클린톤은 기숙사에 사는 13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월경 주기 설문조사 진행합니다. 그렇게 얻은 통계 자료를 분석했을 때 룸메이트와 처음 만났을 때는 월경 주기의 차이가 7~10일이었으나 5개월 정도 함께 지낸 후에는 3~7일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는 결과를 얻습니다.

생리 주기 2

이 자료를 네이처에 투고한 것으로 근거가 허술합니다. 그래서 맥클린톤은 첫 번째 논문을 뒷받침해주는 논문 자료를 1998년 네이처에 다시 투고합니다. 이번 내용은 인간 페로몬에 관한 논문으로 첫 번째 논문에서 주장했던 페로몬이 실제 월경 주기에 관여하는지를 알아봤습니다.

실험 방식은 난포기 여성의 겨드랑이에서 체외성분비 물질을 채취하고, 여성 실험 참가자들의 윗입술에 발라서 후각을 자극하도록 합니다. 이 자극이 뇌로 전달되면 시상하부에서 뇌하수체를 자극할 것이고, 뇌하수체에서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메커니즘을 보일 거라는 증명 실험입니다.

생리 주기 3

결과를 보면 여성 실험 참가자들의 월경 주기가 1.7일 짧아졌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실험 방식을 난포기 여성이 아닌 배란기 여성의 겨드랑이에서 얻은 체외성분비 물질로 진행하자 월경 주기가 1.4일이 늘어났다는 결과를 얻습니다.

주제의 내용을 증명한 것으로 보이나 실험 설계에 오류가 많고, 이를 반박하는 논문 자료가 많아서 인정받는 내용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28일의 주기에서 4~7일은 짧은 기간이 아니고, 주기가 불규칙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겹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아마 현상이 우연히 겹치는 순간에 주제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생겨난 이야기로 보입니다.

생리 주기 4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팀에서 3개월간 360쌍의 가까운 여성 자매 또는 친구를 대상으로 월경 주기 기록을 분석한 결과 약 76%의 대상이 후반으로 갈수록 월경 주기의 격차가 커졌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반박 자료(자료 1자료 2)가 존재하고, 사실상 2013년에는 월경 동기화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을 낸 자료도 존재합니다. 즉, 우연일 뿐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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