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큰 키는 매력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미 성장판이 닫힌 성인은 사지연장술을 받지 않는 이상 키를 늘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보호자가 자녀의 키 성장에 주의를 기울이고, 아이의 키가 평균보다 작을 경우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히려고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주사를 성인이 맞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성장 호르몬과 성장판의 관계
먼저 성장 호르몬의 작용 기전과 성장판의 역할을 함께 이해하는 게 좋겠습니다.
성장 호르몬은 직접적으로 뼈를 자라게 하는 호르몬이 아닙니다. 간에서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의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이고, 이 IGF-1이 성장판(epiphyseal plate)의 연골세포 증식과 분화를 유도하여 뼈의 길이 성장을 일으킵니다.
성장판이 열려 있을 때만 일어나는 일이고, 성장판은 사춘기 동안 에스트로젠을 포함한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점점 얇아지다가 폐쇄되므로 성인은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아도 키 성장이 어렵습니다.
성인이 맞으면 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그렇다고 아무 변화가 없는 건 아닙니다. 연부조직이나 말단조직이 두꺼워지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성장 호르몬을 추가 투여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말단비대증(acromegaly)과 유사하게 턱이 돌출되거나 손과 발이 커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성장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 합성을 늘리고, 지방 분해를 촉진하지만, 동시에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인슐린 저항성)해 혈당을 높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성장 호르몬을 과다 투여하면 신체가 높아진 혈당 조절과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 무리를 합니다.
그러면 인슐린 기능이 고장 나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단백질 합성을 위해 다량의 수분을 끌어당기면서 체내 수분 정체로 조직이 팽창되어 부종이 생깁니다. 또 차오른 수분이 관절과 손목 신경을 압박해 관절통이나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성인에게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
오해하면 안 될 것은 성인에게 성장 호르몬이 전혀 쓸모없다는 건 아닙니다. 부족하면 피로감이나 근육량 감소, 지방 증가, 골밀도 감소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한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어릴 때 맞으면 얼마나 자랄까?
보다시피 성인은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을 이유가 없습니다. 어린 시기에만 유효한데, 그렇다면 어릴 때 성장 호르몬을 충분히 투여하면 정말 키를 크게 만들 수 있을까요?
성장 호르몬 치료는 성장판이 열려 있는 시기에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며, 특히 성장 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만성 질환에 의한 성장 장애처럼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의미 있는 키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호르몬 이상 없이 또래보다 키가 작을 때는 효과가 제한적인데, 그래도 여러 연구를 종합했을 때 성장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평균적으로 3~7cm 정도 범위의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는 합니다. 이 부분은 개인차가 매우 크고, 유전적으로 결정된 성장 잠재력을 크게 초과하는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성조숙증 치료와 키 성장 주사의 차이
그리고 키 성장과 관련해 성조숙증 등 조건하에서 사춘기를 늦게 오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 작용제(GnRH agonist)를 주사하는 건데, 성조숙증과 같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는 것을 방지할 때 쓰이고, 성인에게는 성호르몬과 관계 있는 암(유방암이나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등)의 치료에 쓰입니다.
문제는 키 크는 주사로 오용되어 성조숙증이 없는 정상적인 아이들에게 쓰이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는 다양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고, 전문의의 진료와 처방에 의해서 행해져야 합니다.
치료 전에는 무엇을 살펴야 할까?
끝으로 어릴 때 평균에 비해 키가 작다고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보다 성장 속도, 골연령, 이차 성징의 진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소아내분비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접근을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국제성모병원 신장내과 조교수 이진혁, 내과 전문의 임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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