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흡연 인구는 약 1천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그래서 길을 걷다 보면 흡연 중인 사람을 정말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흡연 인구 중에 연기를 내뿜을 때 연기를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서 내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묘기를 부리듯 신기한 모습에 흡연 욕구가 생긴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데 원리만 알면 흡연을 하지 않아도 연기로 도넛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흡연을 오랫동안 지속하면 도넛 모양이 머리 위에 고정적으로 생길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각설하고, 이렇게 연기로 만들어진 도넛 모양을 전문 용어로 와류 고리(Vortex ring)라고 합니다. 와류 고리는 일정량의 공기나 물 등의 유체가 구멍을 통해 방출될 때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서 원형 실린더 형상의 노즐(nozzle, 액체 또는 기체를 고속으로 자유공간에 분출시키기 위해 유로 끝에 다는 가는 관)에서 일정한 양의 공기가 로켓처럼 내뿜어지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모든 유체는 점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체가 다른 물체와 접촉하면 점성에 의해 마찰이 생기고, 속도가 감소합니다. 앞서 예를 든 상황에서는 일정한 양의 공기(유체)가 실린더의 내벽 근처(≒고체 표면)와 접촉하면서 마찰로 인해 공기 속도가 실린더의 중심과 비교했을 때 느려집니다.
상대적으로 빠른 중심부의 공기가 노즐에서 방출될 때 노즐 외부 방향으로 말려 들어가는 말림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말림 현상으로부터 공기가 소용돌이처럼 순환하는 유동 구조를 형성하는데, 이를 와류(vortex)라고 합니다.
그리고 노즐에서 연속해서 방출되는 공기들이 계속 말려 들어가면서 동시에 앞으로는 버섯 모양을 형성하고, 점점 노즐에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때 와류 현상에 의해 재순환하는 공기가 동그랗게 고리를 이루어 마치 도넛 모양과 같은 재순환 영역이 만들어집니다.
이 구조는 지속해서 커지면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특정 위치에서부터는 노즐에서 방출되는 공기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이동하다가 소멸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기가 도넛 모양으로 보일 때가 바로 이때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험을 해봤습니다. 플라스틱컵 바닥 면에는 조그맣게 구멍을 뚫어놨고, 윗면에는 풍선을 씌웠습니다. 그리고 연기는 가습기에서 내뿜는 증기를 모아서 활용했습니다. 눈에 보이면서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질만 가능하고, 우리 주변에서는 가습기 외에도 드라이아이스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여기서는 연기를 활용했으나 액체도 유체이므로 형성 조건을 만족하면 액체에서도 충분히 와류 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자연 속에서 와류 고리를 찾아볼 수 있는데, 오징어나 해파리는 일정량의 물을 머금은 뒤 강하게 방출하면서 추진합니다. 이때도 와류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돌고래가 숨구멍을 활용해 물방울 고리를 만들며 놀 때도 관찰할 수 있고, 우리 몸속의 혈액 수송을 담당하는 심장에서도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혈액이 흐를 때 와류 고리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투고 :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 @두유카페라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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