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정말 많이 옵니다. 그런데 정말 시선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인간은 눈과 귀, 코, 혀, 피부 등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선은 형태도 없고, 소리도, 냄새도, 맛도 없습니다.
그나마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피부를 통한 자극 감지인데, 피부의 감각점은 온몸에 분포해있는 통점(고통)과 압점·촉점(압력·접촉), 냉점(차가움), 온점(뜨거움) 등입니다. 감각점을 보면 시선을 느끼는 것은 역시나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시선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를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해당 주제에 관한 연구는 심리학자 에드워드 브래드포드 티치너(Edward Bradford Titchener)와 존 에드가 쿠버(John Edgar Coover)에서 시작됩니다.
먼저 티치너는 1898년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지에 이 현상에 관한 논문을 최초로 게재했습니다. 실험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 현상에 관해서 피실험자가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을 때 이유 없이 쳐다보고 있는 사람과 우연히 시선이 마주쳤거나 피실험자가 뒤를 돌아보는 중에 움직임을 감지한 뒷사람이 쳐다보면서 시선이 마주쳤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주장을 했습니다.
다음으로 쿠버는 1913년 10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데이터를 ‘미국 심리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Psychology)에 게재‘했습니다. 그가 진행한 방식은 주사위를 굴려서 홀수가 나오면 피실험자를 15초 동안 쳐다보게 했고, 짝수가 나오면 15초 동안 쳐다보지 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무작위성을 부여했고, 결과를 보면 피실험자의 답변은 50.2%의 정확도를 보였는데, ‘시선을 느꼈다’와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의 두 가지 선택지 중에 고르는 것이므로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는 아닙니다.
실험 설계가 어렵지 않으므로 이후에도 많은 연구자가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실험에서 답변의 정확도가 조금이나마 우세하게 나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험이 설계가 빈약하고, 오류가 많았기에 신뢰도는 떨어집니다.
초심리학(Parapsychology, 자연과학의 연구 결과에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루퍼트 쉘드레이크(Alfred Rupert Sheldrake)도 해당 주제와 관련해 지속해서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쉘드레이크가 2005년 ‘의식 연구 저널(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그가 21번의 실험 진행으로 얻은 결과가 포함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1번의 실험 중 한 번의 실험을 제외하고, 시선을 느낄 수 있는 확률이 약소하게나마 우세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회의론자들이 직접 실험할 때도 일부 긍정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직접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CCTV를 통해서 보거나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봤을 때의 상황도 실험을 진행했는데, 답변의 정확도가 조금이나마 우세하게 나왔으나 과학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따라서 시선을 느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논쟁이 있는 주제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직접 밖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돌아보는지 안 돌아보는지 실험해보면 대부분 사람이 돌아보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나의 존재에 관해서 대상이 인지하고 있거나 실험에 대해서 사전 설명이 있었다면 결과는 객관적이지 않을 겁니다.
끝으로 진화론적 관점과 생물학적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꽤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합니다. 시선을 느낄 수 있으면 생존에 매우 유리합니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포식자는 피식자가 알아채지 못하게 접근해야 하고, 피식자는 포식자가 접근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채야 합니다.
보통 우리가 시선을 느끼는 상황은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입니다. 이때 대부분 사람이 시선을 주는 사람을 찾으려고 시도하고, 우연히 시선을 주는 대상을 찾으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게 됩니다. 이런 반복 경험을 통해 시선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선을 주는 대상을 찾지 못했을 때는 자신이 착각했다고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가는 편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어두컴컴한 골목을 지나갈 때 누군가가 쳐다보는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겁니다. 아니면 눈을 감고 머리를 감을 때도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겁니다. 일상 속에서는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왠지 모르게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로써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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