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동물에 속하지만, 사회 통념상 구별하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 옛날에는 다른 생명체와 다르게 인간에게만 고유의 마법 같은 기운이 있어서 특별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다윈의 진화론(Darwin’s Evolutionism)이 등장하면서인데, 모든 생명체는 DNA라는 똑같은 생명설계도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똑같은 설계도에서 어떻게 인간만이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을 가지게 된 걸까요?
혹시 2~3살 때의 기억이 나시나요? 대부분 사람이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 나이대의 아기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실제로 본 적이 없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해당 나이대의 아이가 말하는 것을 지켜보면 자신을 삼인칭화해서 부르곤 합니다.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교육한 것도 아닌데, 이러는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인 ‘자아(自我)’라는 개념이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아가 형성되면서 나와 주변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뇌의 가장 바깥 부분인 신피질(neocortex)이 급속히 발달하는 순간인데, 만약 신피질이 발달하지 않고 사라진다면 자아도 형성되지 않았을까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예시로 노인성 치매 환자의 경우 신피질이 파괴되면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주목할 점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으로 아이처럼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즉, 신피질이 우리 인간의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인간만이 전체 뇌 부위의 80%를 신피질이 차지하고 있고, 뇌 주름도 자글자글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신피질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바로 약 50만 년 전 우연히 돌연변이로 얻게 된 ARHGAP11B라는 유전자입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가진 유전자로 2015년 막스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에서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이 유전자만 있으면 태아 상태일 때 신피질을 급속히 팽창시킬 수 있고, 뇌 주름도 자글자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유전자를 다른 동물에게 삽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 과학자들이 실험을 진행했는데, 첫 번째 실험동물은 쥐였고, 두 번째 실험동물은 페럿이었습니다. 점점 고등동물로 확장해서 유전자 삽입을 시도한 것으로 결과를 보면 신피질이 급속히 팽창했고, 뇌에 주름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마모셋(marmoset)이라고 하는 신세계원숭이의 수정란에 유전자 가위 기술(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오려내고 교정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 이 유전자를 삽입해봤고, 그 결과가 2020년 6월 세계적으로 저명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Science)에 실렸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원숭이 태아의 뇌세포가 일반 원숭이 태아의 뇌세포보다 2배 이상 급속히 팽창했고, 뇌세포 숫자도 인간과 같은 수준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또한, 뇌 주름도 인간과 매우 유사하게 만들어지는 등의 변화가 관찰됐는데, 겨우 유전자 하나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자 과학자들도 많이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그래서 이 연구는 원숭이가 태아 상태일 때 중절시켜버림으로써 즉각 중단됐습니다. 다만,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서 리포트 형식으로 제출한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실린 것입니다. 만약 유전자를 조작한 원숭이가 중절되지 않고 태어났더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요?
윤리적인 문제로 실험 진행에 앞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으나 인간의 호기심과 이윤추구를 위해 어디에선가는 금기를 깨고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과학커뮤니케이터 엑소(이선호)님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