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에 앞서 대부분 연구성과는 기록보다 실제 남아있는 건물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에 지금부터 이야기할 화장실은 19세기에서 20세기에 해당하는 장소로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대·소변을 보기 위해 가는 곳을 화장실이라고 합니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는데, 신라시대 때는 측청(厠圊)으로 불렸고(*추정), 고려시대 때는 측두(厠竇), 조선시대 때는 상류층은 측간(厠間), 서민들은 뒷간이라고 불렀습니다.
과거의 화장실 이용 방법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화장실은 뒷간과 잿간을 함께 두었습니다. 여기서 잿간은 아궁이에서 불을 때고 남은 재를 쌓아두는 곳으로 조선시대 최고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섬용지 권제1 혼측(변소) 구거(도랑)편>에서 재에 오줌을 뿌리면 불씨가 죽어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오줌을 뿌린 재는 묵혀두었다가 명주옷을 빨 때 쓰거나 밭에 거름으로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뒷간은 대개 집 본채와 분리되어 존재했는데, 문이 따로 없거나 발만 쳐 두는 등 입구를 허술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지붕이 없기도 했는데, 유생들을 뒷바라지하던 일꾼들이 사용하던 안동(安東) 병산서원(屛山書院)의 달팽이 뒷간이 잘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뒷간은 대체로 부실했고, 변기는 땅에 대변 등이 모이도록 구덩이를 판 뒤 그 위에 널빤지를 대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나중에 대변이 어느 정도 모였을 때 널빤지만 빼면 쉽게 퍼낼 수 있으므로 이처럼 해두었고, 재에 뿌릴 오줌을 모으기 위해 별도로 오줌독을 두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사찰 화장실도 흥미롭습니다. 사찰 특성상 승려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왕래하므로 화장실의 규모가 커야 했고, 성별에 따라 구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 분리도 명확해야 했 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찰 화장실은 일반적으로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2층에 복도를 두고 칸을 나눈 여러 개의 변소를 설치합니다. 2층에서 대소변을 누면 1층에 모이고, 어느 정도 모이면 치우는 식으로 이용했습니다.
다음은 궁궐 화장실입니다. 궁궐은 왕과 왕실 어른들, 최고위급 신하들이 기거하며 드나드는 곳입니다. 냄새가 나면 안 됐고, 앞서 살펴 봤던 뒷간들처럼 건물 밖에 잘 보이게 놔두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왕과 왕실 어른들이 머무르는 궁궐 본전에는 아예 뒷간을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마 미디어를 통해 본 적이 있을 텐데, 왕 같은 경우는 일을 볼 때 하인들을 시켜서 ‘매우(梅雨)틀’이라는 것을 준비하도록 해 일을 봤고, 바로 치우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신하나 하인들이 이용하는 뒷간은 최대한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옛날 사람들의 화장실 상태나 이용 방식 등은 이와 같고, 뒤처리 방법에 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현대인들은 대소변을 보고 난 뒤 화장지 등을 이용해 뒤처리합니다. 그런데 화장지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로 사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 세대의 어른들에게 무엇으로 뒤처리했는지 물어보면 볏짚이나 쌀포대 찢은 것, 나뭇잎, 종이, 신문지 등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이외에도 기록으로 남겨진 자료들을 살펴보면 명주와 무명, 모시조각(조선시대의 경우)도 있고, 뒷간 앞에 몽둥이를 세워두었다가 몽둥이로 닦았다고도 합니다.
조금 여유가 있으면 물을 담은 통을 준비해서 몽둥이를 물에 닦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닦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 뒤처리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위생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조선 정조 때 북학파인 박제가가 쓴 책인 <북학의>를 보면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19세기 말 영국 외교관인 칼스(W. R. Carles)가 출간한 <조선풍물지(Life in Corea)>라는 책을 보면 서울의 모습을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고,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이 1897년에 출간한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urs)>이라는 책에서도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물론 하수시설을 제대로 갖추기 어려웠던 중세도시의 일반적인 모습이나 지금과는 너무 다른 모습들이라서 다소 충격적일 겁니다. 이런 위생적인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다행입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투고 : 서울대학교에서 국사학 교양강의를 하는 김한빛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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