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9명씩으로 이루어진 두 팀이 9회씩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며 승패를 겨루는 구기 경기입니다. 공격팀은 수비팀 투수가 던진 야구공을 쳐서 1루, 2루, 3루, 홈으로 돌아오면 점수를 낼 수 있고, 수비팀은 공격팀의 주자가 1루, 2루, 3루, 홈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막아야 합니다.
수비팀이 주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법은 타자가 친 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거나 땅에 떨어진 공을 주워서 주자가 향하는 베이스를 밟기 전에 송구하거나 주자를 태그(공을 가진 수비수가 주자의 몸에 공을 가진 손으로 대는 것)하면 됩니다.
아니면 투수가 공을 잘 던져서 타자가 아예 공을 못 치게 하여 삼진 아웃시키면 됩니다. 당연히 투수가 잘 던져서 아웃시키는 것이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어쨌든 공을 친 타자주자(타격을 하고 나서 출루하여 세이프나 아웃 판정을 받는 상태에 있는 선수)는 아웃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최대한 빨리 1루 베이스 위에 있어야 합니다.
수비팀은 이를 막고자 최선을 다할 텐데, 정말 0.1초 차이로 결과가 바뀌는 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주루(베이스 사이를 달리는 것) 능력도 야구선수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주루 능력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일찍 도착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선수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많은 사람이 슬라이딩을 생각할 텐데, 슬라이딩은 주자가 베이스에 가까이 도달했을 때 달리는 중에 몸을 땅에 던져 미끄러지듯이 베이스에 닿는 것을 말합니다.
당연히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으니까 주자들도 슬라이딩하는 것일 테고, 보는 입장에서도 슬라이딩이 달리기보다 빨라 보입니다. 근데 슬라이딩을 하면 정말 달리는 것보다 더 빨리 베이스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여러 실험 결과에 따르면 달리기가 아주 조금 더 빠르다고 합니다. 홈에서 1루 베이스까지의 거리는 약 27.432m입니다. 이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입니다. 이 거리를 열심히 달리다가 추진력이 붙은 상태에서 슬라이딩하려면 별도의 준비 동작이 필요하고, 땅과의 마찰로 속도가 줄기도 하므로 달리기보다 느립니다.
KBS에서 선수 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달렸을 때 평균 4.147초가 걸렸고, 슬라이딩했을 때는 평균 4.165초가 걸렸다고 합니다. 즉, 슬라이딩이 0.018초 느렸습니다. 이는 다른 해외 매체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슬라이딩을 하는 걸까요?
슬라이딩을 하면 몸이 땅과 가까워지면서 수비수의 태그를 피하기가 쉬워집니다. 또한, 주자가 달리다가 베이스 위에 정확히 멈추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오버 런(겨우 베이스에 도달한 주자가, 달려오던 여세로 베이스를 지나쳐버려 태그 당할 위험에 처한 상태)을 할 수 있는데, 이때 태그 당하면 아웃입니다.
근데 슬라이딩을 하면 땅과의 마찰로 속도가 줄면서 베이스 위에 정확하게 안착하기 쉬워집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은 1루에서는 오버 런 했을 때 2루로 가는 모션이 없었다면 태그아웃(야구 경기에서 주자가 베이스를 벗어난 상황일 때 공을 가진 수비수가 주자를 태그해서 아웃되는 것)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1루에서는 그냥 달리기가 슬라이딩보다 나을지 모르나 심리적인 이유나 달리는 중 몸의 중심이 무너졌거나 태그를 피하고자 하는 등의 이유로 슬라이딩을 합니다. 또한, 베이스를 밟기 위한 마지막 발돋움에서 체공 시간이 긴 선수들이 있는데, 이들은 달리기보다 슬라이딩이 더 빠릅니다.
마지막으로 야구는 팬 서비스도 중요합니다. 슬라이딩은 멋있으므로 팬 서비스 차원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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